서울시, 근로시간 단축… 실효성 논란

산하기관과 ‘주40시간’ 협약
비용 절감 일자리 창출 명분
강제·권고 아닌 선언적 수준
정부와 차별성도 찾을 수 없어

서울시 투자·출연기관의 근로시간을 주40시간으로 줄여 지금보다 새 일자리를 13% 늘리겠다는 ‘박원순표 공공부문 고용창출 정책’이 공개됐다. 그러나 강제조항이나 권고도 아닌 선언적 수준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고용노동부의 근로시간 단축과 차별성도 찾을 수 없어 ‘서울형’이란 명명도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시는 23일 시청에서 서울신용보증재단, 서울의료원 노사와 ‘서울형 노동시간 단축 협약서’를 체결했다. 초과근무와 미소진 연가, 휴일특근 등을 줄이는 대신 아낀 비용으로 새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게 요지다. 이 같은 서울형 노동시간 단축을 지하철 자회사까지 포함해 올해 3개 기관 시범실시를 시작으로 오는 2018년까지 22개 전 투자·출연기관에 순차 도입할 예정이다. 현재 신보와 의료원 등 2개 시범 실시기관의 정규직 664명 수준에서 서울형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87명(13%) 일자리 신규 창출이 가능하다는 복안이다. 서울시 측은 금융(신보), 의료(의료원) 부문은 민간확산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우선 적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울형 노동시간 단축은 강제규정이나 심지어 권고조항도 아닌, 단지 여건을 조성해 준다는 데 그쳐 ‘빈껍데기 정책’ 우려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신규 인력을 투입했는데도 기존 인력이 초과근로 단축 등을 하지 않을 경우 강행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여기에 고용부의 일자리 단축과 큰 차이점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이번 정책이 중앙정부의 정책과 다른 점은 중앙정부가 근로기준법상 초과시간을 포함해 52시간을 상한으로 정한 데 비해 시는 40시간을 상한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시장 취임 이후 △지방자치단체 최초 노동정책과 신설(2012.9.) △노동정책 기본계획, 생활임금(2015) △근로자이사제(2016) 등 친노동계 정책을 줄곧 내놓은 연장선에서 실효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대선용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일자리를 늘린 시장으로 평가받고 싶어 내놓은 느낌”이라며 “신규직원의 업무가 정확히 규정되지 않으면 그 인원 자체가 유휴인력이 될 가능성이 있고, 추가 급여적 재정부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림 기자 best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