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인물 탐구>구체적 정책비전 아직 안갯속… 보수·진보 ‘半半입장’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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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潘의 정책

청년문제 최우선 순위 상정
캠프엔 청년대변 인물 없어

재벌개혁 원칙적으로 동의
진보표 의식한 행보 비판도

“사드 배치 마땅” 찬성 입장
‘위안부합의’ 말바꾸기 논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정책 밑그림은 아직 안갯속이다. 반 전 총장은 두 번의 유엔 사무총장 임기(2006∼2016년)를 마친 뒤 지난 12일 귀국해 민심 행보를 이어갔고, 지난 주말부터 각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해 정책에 대한 조언을 구하며 본격적으로 정책 마련에 돌입했다.

반 전 총장은 오는 25일에 있을 관훈클럽 토론회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뚜렷한 정책 비전과 공약을 공개할 계획이지만 “아직 구체화된 정책이나 공약이 없다”는 평가를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반 전 총장의 정책 비전은 지금까지의 대학 강연이나 현장 행보에서 쏟아낸 발언들을 통해 유추해 볼 수밖에 없다. 향후 대선후보 검증 과정에서 부실한 정책 비전이 반 전 총장의 아킬레스건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우선 정책 과제는 ‘청년 문제’= 반 전 총장은 청년 정책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8일 조선대 강연에서 “우리나라도 패자부활전 제도가 있어야 한다”며 “한 번 실패가 영원한 실패가 되지 않도록 하는, 실패를 두려워 말고 제도적으로 재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청년창업을 위한 ‘패자부활전’ 제도 신설 △청년인턴십 및 산학협력 확대 △청년 해외진출 촉진 △청년 문제 담당 부서 및 고위직 신설 등을 제시했다. 저성장으로 인한 청년실업이 사상 최악의 수준에 이른 상황에서 맥은 정확히 짚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 같은 아이디어를 실현 가능한 정책으로 구체화하는 것은 반 전 총장이 풀어야 할 과제다. 최근 대학 강연에서 “취업이 안 되면 자원봉사라도 해라”는 식으로 말한 것은 청년 실업의 심각성을 표피적으로 아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몰고 왔다. 캠프 인맥 가운데 청년층을 대변할 인물들이 별반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도 아이러니다.

◇재벌개혁·경제민주화 “불가피”= 반 전 총장은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에 “원칙적으로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 전 총장은 귀국 일성으로 “부의 양극화, 이념·세대 간 갈등을 끝내야 한다”며 국민 대통합을 강조했다. 귀국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한국의 경우 특정 재벌기업이 모든 걸 통제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니까 거기에서 중소기업이 살아날 길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23일 KBS 특별기획 ‘대선주자에게 듣는다’에 출연해 “불공정 경쟁으로 많은 문제가 나오고, 중소기업들이 창의성이나 기업 정신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이런 구조적 문제를 고침으로써 모든 사람에게 따스하게 미래가 보장될 수 있는 행복한 삶을 제공하는 것이 경제정책이 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면서 “일자리가 중요하다. 일자리가 있어야 내수도 늘고 복지도 늘려갈 수 있다”며 “많은 나라가 4차 산업혁명 대열에 진입했는데 우리도 하루빨리 4차 산업혁명 연구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균등한 기회와 정당한 보상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관계를 만들고 납품단가 후려치기, 재벌의 상속, 순환출자 구조는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최근까지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SDG) 대표인 제프리 색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와 경제 정책에 대해 논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부의 양극화’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해온 진보적 경제학자인 색스 교수의 철학이 반 전 총장의 재벌개혁·경제민주화 정책에 투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보수 성향으로 재벌개혁을 외치는 것이 표를 의식한 때문이라는 평가가 벌써 나온다. 경제민주화 역시 원론적 찬성 입장을 밝혔을 뿐 구체화 된 정책으로는 제시된 바는 없다.

◇외교·안보는 ‘보수’= 외교 전문가답게 반 전 총장은 외교·안보 이슈에 관해서는 비교적 분명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특히 외교·안보 정책에서는 보수 색깔이 뚜렷하다. 그는 현재 한반도 현실을 준 전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서도 “마땅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반 전 총장은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선 “당분간 어렵다”고 했다.

유엔 사무총장 경험으로 외교 분야에서는 자신감을 보이는 그이지만, 한·일 관계에 있어서는 곤혹스러운 위치에 놓였다. 특히 박근혜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12·28 합의)를 환영했던 발언에 대한 논란이 커지는 상황이다.

반 전 총장은 이와 관련, “한·일 양국 간에 오랫동안 현안이 됐던 이 문제에 대해 합의가 이뤄진 것을 환영한다는 의미였다”고 밝혔다. 나아가 반 전 총장은 “궁극적으로는 우리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수습을 시도했지만 ‘오락가락 행보’라는 비판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