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愛國이다>美 유턴기업 지원 퍼붓는데 韓 유턴신청 포기 줄잇는다

정부지원 선정사 43곳중
실제 돌아온 기업 절반뿐
보조금·후속관리도 부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세제감면·규제철폐를 내걸고 해외에서 미국으로 다시 공장을 옮기는 ‘유턴 기업’을 독려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선 많은 기업이 정부의 부실한 지원책 등으로 유턴을 신청했다가 포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혜택을 받기 위해 고용 목표를 허위로 부풀렸다가 결국 지원금을 환수당하는 등 일자리 창출의 실효성도 떨어지고 있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와 업무협약(MOU)을 맺거나 코트라에 신청하는 등 유턴을 희망한 기업은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85개사다. 이 중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부 지원을 받는 ‘선정기업’이 된 곳은 43개사다.

문화일보가 지자체별로 확인한 결과, 최종적으로 투자가 확정된 곳은 최소 23개(53.4%·경기 지역 제외)로 파악됐다. 실제 돌아온 기업 비중이 선정 기업 중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세종의 경우 총 6개 기업과 협의했지만, 절반이 유턴을 포기해 총 3곳에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기업들은 유턴 포기에 대해 다시 사업을 시작해 안정적으로 고용이 이뤄질 때까지 최소 2년은 필요한데 고용 보조 기간이 1년에 불과하고, 설비투자 한도액이 60억 원으로 최신설비를 구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지난해 산업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관세 감면 1억 원, 고용보조금 9억 원 지원에 그쳤고 소득세 감면은 실적이 없었다.

지자체의 유치 후 관리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도의 경우 산업부 집계 7개 선정기업에 대해 시흥·화성·파주 등 해당 시가 실제 유턴 여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기업이 고용 목표를 높게 제시한 후 목표를 채우지 못해 지원금을 환수당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전북 익산의 경우 유턴 9개 기업 중 한 곳은 지난해 11월 파산했고 2개 기업에 대해선 지원금 전액 환수 결정이 내려졌다. 전북도 관계자는 “지원에 대한 여러 기준 중 기업이 가장 손쉽게 조정할 수 있는 게 고용 목표라서 일단 정부 보조금을 받으려고 부풀리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기업들은 “막상 와보니 국고 보조금이 열악해 고용 목표를 채우기 어려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현진·박정민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