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뒤 혹독한 학습 했다”… 潘 화법 달라지나

외교관식 모호한 어법 탈피
정치행보 뚜렷한 입장 밝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달라지고 있다. 화법은 명쾌해지고 보폭은 빨라졌다. 귀국 후 민생 행보 과정에서 혹독한 ‘데뷔전’을 치르면서 얻은 학습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6일부터 3박 4일간의 민생 행보 이후 확연히 달라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애매모호 했던 화법에서 벗어나 개헌이나 자신의 정치 행보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밝히기 시작했다. 특히 향후 진로에 대해 설 연휴 이후 결정한다는 계획을 바꾸면서 이르면 25일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24일에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오찬회동 했으며, 앞서 지난 주말 동안에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등과 연쇄 회동했다.

이 같은 변화는 반 전 총장의 학습능력에 따른 ‘스터디 효과’로 풀이된다. 반 전 총장은 지난 20일 상경한 이후부터 외곽지원 그룹으로부터 엄청난 양의 전략보고서를 받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 라인과 메시지를 보강하고, 정치적 방향성을 뚜렷하게 가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고 한다. ‘외교관’ 화법을 버리고 ‘정치인 반기문’으로서의 모습을 갖춰가야 한다는 조언인 셈이다. 독자 창당을 하거나 정치인은 당분간 만나지 않는다는 당초 외교관 출신 중심의 전략이 ‘판단 미스’였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반 전 총장의 한 측근은 “깨질 만큼 깨졌고 바닥까지 곤두박질친 만큼,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반 전 총장 역시 공개 행보에서 빚어진 실수와 해프닝을 거치면서 주변의 조언을 경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주말에는 실무진과 ‘샌드위치 회의’를 이어가며 “많이 학습했다” “느낀 것이 많다”며 재차 완주 의지를 내비쳤다고 한다. 반 전 총장은 지난 23일 KBS 특별기획 ‘대선주자에게 듣는다’에 출연해 “아주 혹독한 학습을 했다고 생각하고 좀 더 준비를 잘해 나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정아·김윤희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