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흰달걀 먹었던 게 생각나” vs “검역 제대로 했는지 마음에 걸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산, 대형마트 입성 첫날

23일 오후 서울 은평구 진관동 롯데몰 은평점 내 롯데마트 한켠에는 미국산 달걀이 ‘하얀 계란(사진)’이라는 이름으로 진열돼 30개들이 한 판 당 849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달걀을 고르던 송모(70) 씨는 “아침 뉴스에서 미국 달걀이 들어왔다는 얘기를 듣고 일단 한 번 사서 먹어보려고 나왔다”며 “집앞 마트에 없길래 대형마트까지 나와봤다”고 말했다. 송 씨는 달걀 한 판을 집어 들고는 다른 물건을 더 담지 않고 그대로 계산대로 향했다. 정모(여·62) 씨는 “옛날에는 전부 흰 달걀을 먹었던 게 생각난다”며 “알 크기가 작기는 하지만 명절 전 부치기 용으로는 문제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처음 들어온 미국산 달걀에 불신을 표하는 소비자도 많았다. 주부 김모(43·여) 씨는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검역을 제대로 마쳤는지 잘 모르겠고, 한 판 단위로만 판매하는 데 비해 유통기한도 좀 짧은 것이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이모(58) 씨도 “달걀이 너무 작아서 쓰기가 좀 그렇다”면서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매대를 지나쳐 국산 달걀 코너에서 달걀을 골라 담았다. 아직 풀리지 않은 위생과 품질, 유통기한에 대한 불신과 기존 국내산 달걀 가격(23일 기준 30개 9180원)에 비해 700원 정도밖에 저렴하지 않은 점 등이 문제로 꼽혔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이날 하루 전국 롯데마트 112개 점포에서 미국 달걀은 전체 5만 판이 풀려 약 1만3000판 정도가 판매됐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 이전 하루에 국산 달걀의 하루 평균 판매량(1만∼2만 판)과 이날 미국 달걀과 함께 국산 달걀이 판매된 점 등을 고려하면 미국 달걀에 대한 반응은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엇갈린 반응 속에서 ‘일단 한 번 사서 먹어보자’는 호기심 많은 소비자들이 구매를 결정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1만 판 내외 판매량을 예상하고 일단 팔아보자는 생각으로 물량을 풀었는데, 첫 반응은 일단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