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朴대통령, 심판지연·여론戰 말고 憲裁에 소명하라

박근혜 대통령 측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에 무더기로 증인 신청을 하는 등 지연 전략을 노골화하고 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23일 헌재(憲裁)의 8차 변론에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39명을 증인으로 추가 신청했다. 헌재는 2월 1일과 7일에 걸쳐 6명을 신문하고 다른 사람의 증인 채택 여부는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 측이 박한철 소장의 임기 종료(오는 31일) 직전에 이렇게 한 의도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박 소장의 탄핵 결정 참여는 불가능해졌다. 탄핵 인용을 위해서는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므로, 사실상 ‘반대 1명’ 효과를 거둔 셈이다. 이제 헌재는 이정미 재판관의 소장대행 체제로 운영되는데, 이 재판관 임기 역시 3월 13일 종료된다.

같은 날, 박 대통령은 국립현충원의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묘소를 찾아 설 성묘를 했다. 청와대 측은 성묘 모습을 수행원에게 휴대전화로 촬영하게 해 언론에 공개했다. 박 대통령이 과거에도 추석과 설에 성묘하기는 했지만 사진을 언론에 공개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성묘까지 문제 삼는다면 너무 각박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겠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 지지층까지 태극기 집회 등에 결집하도록 함으로써 탄핵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비쳐 씁쓸하다.

이런 의도와는 반대로 탄핵 심판정에서는 박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이 이어졌다. 차은택 씨는 최순실 씨의 인사 개입 정황 등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2014년 4월 박 대통령이 정유라 이름을 직접 언급하며 지원을 얘기해 충격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특검의 ‘블랙리스트’ 수사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구속함으로써 박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있고, 유진룡 전 장관은 특검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박 대통령 관련 정황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박 대통령 탄핵 여부를 둘러싼 혼란이 장기화하는 것은 대한민국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박 대통령은 유불리에 앞서 ‘애국심’을 발휘하기 바란다. 이를 위해 지연전술과 여론전(戰)을 중단하고 헌재에 출석하거나 문서로 직접 소명(疏明)해야 한다.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이 이날 “증인을 대거 부르기보다 피청구인 측에서 정리를 해줘야 한다”며 사실상 박 대통령의 해명을 요구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