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徐遊記>(1052) 51장 대통령 -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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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잔을 든 김광도가 윤가영을 보았다. 한시티 중심부에 위치한 식당 안이다. 둘은 갈비 정식으로 저녁을 먹고 나서 소주를 마시고 있다. 오후 9시 반, 비행기에서 내리고 나서 바로 이곳에 온 것이다.

“기숙사 들어가기에는 늦었으니까 오늘 밤은 내가 재워줄게.”

김광도는 이제 반말을 했고 윤가영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소주를 한 모금 삼킨 김광도가 윤가영을 보았다. 아름답다. 술기운이 번진 김광도의 머릿속이 후끈거렸고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괜찮아?”

김광도가 확인하듯 묻자 윤가영이 머리를 끄덕였다.

“네, 그럴게요.”

“짐은 차에 실려 있으니까 내일 그대로 가져가면 돼.”

“네, 회장님.”

“내가 이런 말 하는 게 좀 어색하지만 내키지 않는다면 지금 가도 돼. 내가 기숙사에 연락해줄 테니까.”

“아녜요.”

윤가영의 얼굴에 희미하게 웃음이 떠올랐다. 소주를 한 병쯤 마신 윤가영의 얼굴도 조금 달아올라 있다.

“저도 이런 우연을 놓치고 싶지 않아요.”

“그래?”

“솔직히 전 너무 막막했고 두려웠어요.”

윤가영의 두 눈이 반짝였다. 눈동자가 똑바로 김광도를 향하고 있다. 25세. 일산의 중학교에서 임시교사로 6개월 일하다가 그만두고 1년 동안을 아르바이트생으로 살았다. 그러다 이번 유라시아 중학교원으로 채용됐다. 경쟁률이 5대1이나 되어서 처음에는 기뻤다가 떠날 시간이 다가오면서 불안해졌다. 희망의 땅, 대한민국의 새 에너지를 분출하는 땅이었지만 자신이 마치 적진으로 돌격하는 병사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유라시아그룹 회장을 만난 것이다.

“좋아, 그럼 시간은 많으니까 우리, 장소를 옮겨볼까?”

“어디로요?”

“내 클럽으로 가지, 클럽 이야기 들어봤지?”

“그럼요, 모르는 사람이 있겠어요?”

“거기 가서 술 한잔 더 마시고 놀자. 지금 가면 쇼도 볼 수가 있어.”

김광도의 얼굴이 밝아졌고 목소리가 들떴다. 오늘은 형 김명도가 석방된 날이다. 목에 걸린 가시가 빠진 것 같다. 계산을 마친 김광도가 윤가영과 함께 가까운 유라시아 클럽 특실로 들어가 앉을 때까지는 30분도 안 걸렸다. 클럽 분위기에 감동한 윤가영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소문보다 더 크고 화려해요.”

그리고 손님도 많다. 요즘은 미국과 유럽의 단체 관광객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한랜드의 주 수입원은 관광과 유흥, 도박이다. 온갖 관광 상품이 개발되었는데 김광도의 유라시아 클럽이 그 선두주자다. 술과 안주가 놓였고 방 안에 둘이 남았을 때 김광도가 옆에 앉은 윤가영의 허리를 당겨 안으면서 말했다.

“넌 솔직해서 좋아. 내가 고맙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수가 있나요?”

웃음 띤 얼굴로 윤가영이 머리를 김광도의 어깨에 기대었다.

“유라시아 회장님 파트너가 되다니요?”

“여자가 다 너 같지는 않아.”

“그렇겠죠.”

김광도가 윤가영의 턱을 손끝으로 들어 올리고는 가볍게 입을 맞췄다. 입에서 연한 박하 향이 났다. 윤가영이 몸을 더 붙이면서 말했다.

“하지만 거부할 사람은 거의 없을걸요?”

첫인상과는 전혀 다른 여자가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