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의 공간>이황은 누구… 조선 ‘성리학 시대’ 연 대학자…배려·나눔 ‘깊은 인간애’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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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이황(1501∼1570·동상 사진)은 16세기 조선에 본격적인 성리학의 시대를 연 대학자이며 영남학파의 큰 스승이다. 그의 학문은 아주 높고 넓다. 유명한 고봉 기대승과의 사단칠정(四端七情) 논변을 통해 성리학의 핵심인 심성론 연구를 당시 중국 학계를 넘어서는 최고의 수준으로 이끌었으며 ‘성학십도(聖學十圖)’와 ‘자성록(自省錄)’ ‘주자서절요(朱子書節要)’ 등 조선유학사에 큰 획을 긋는 저술도 많이 남겼다. 이 때문에 당대뿐 아니라 후세에도 널리 알려졌고, 조선의 학자로는 드물게 중국과 일본 등 이웃나라에서도 연구되고 존경받았다.

오늘날 퇴계 관련 도서가 수백 권, 논문이 수천 편에 이르는 등 연구가 활발하다. 40년 전부터는 한·중·일·대만은 물론 미국, 캐나다, 독일, 러시아 학자들까지 참여하는 국제퇴계학학술대회가 해마다 세계 각국을 순회하며 개최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하순에는 일본 후쿠오카(福岡)에서 6개국 50여 명 연구자들이 참여하여 퇴계학의 세계화를 논의하였다.

퇴계가 오늘까지 우리에게 주목받는 까닭은 우뚝한 학문에만 있지 않다. 그의 삶 속에는 깊은 자연사랑과 인간존중의 향기가 진하게 배어있다. 그는 유학의 가르침을 공부한 대로 실천하였다. 나와 만물은 한 몸이며, 따라서 모든 상대를 공경해야 한다는 물아일체(物我一體)와 일체경지(一切敬之)의 사상이 대표적이다.

퇴계의 이런 생각은 그 시절 소외되었던 ‘사회적 약자’에까지 고루 미쳤다. 대장장이도 제자로 받아들였고, 아이 낳은 하녀를 유모로 데려가려는 서울의 손자에게 ‘여종의 젖먹이 아이를 죽이게 된다’고 설득하여 보내지 않았다. 부인도 며느리도 지극히 아꼈고, 제자들의 어떤 의견도 겸허하게 경청하였다. 페미니스트, 휴머니스트로 이보다 더 할 수 있을까? 퇴계가 오늘까지 널리 존경받는 이유는 높은 학문보다 이처럼 감동을 주는 실천 때문이다. 그 향기는 지금도 이어져 퇴계에게 배운 제자들의 15·16대 후손들이 도운회란 모임을 결성하여 해마다 퇴계를 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