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계 최장 ‘터키 현수교’ 工事 따낸 한국 건설의 저력

설 연휴 기간 터키에서 낭보가 왔다. 대림산업·SK건설이 주도하는 한국 컨소시엄은 터키 다르다넬스 해협을 가로지르는 3.7㎞ 교량과 진입도로 건설 공사(工事)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3조5000억 원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주탑 간 거리가 2023m인 현수교가 2023년 개통하면 세계 최장의 글로벌 랜드마크가 될 전망이다.

해외건설은 한국 경제성장을 든든히 받쳐준 효자 업종이었지만, 최근 퇴조 기미가 역력하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이후 대규모 수주전에서 일본 등 경쟁국에 번번이 밀렸고, 지난해 수주 실적은 282억 달러로 2015년의 461억 달러보다 39% 급감했다. 그래서 한·일 총력전 형태였던 수주 경쟁에서 일본을 제친 것이 더 반갑다. 일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정상회담을 활용해 직접 지원에 나섰고, 입찰 1주일 전에는 국토교통상을 현지에 파견했음을 고려하면, 2013년 터키 제2원전 수주전의 고배를 되돌려주면서 한국 건설의 저력도 확인한 쾌거다.

이번 입찰에서 공사비 등 한·일 제안 내용엔 별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한국 기술력이 인정 받았다는 뜻이다. 현수교 같은 초장대 교량은 설계·재료·시공·유지 등 전 분야에서 첨단 기술이 접목돼야 가능한 고부가가치 시설이다. 대림산업은 2013년 국내 최장의 이순신대교를 만들면서 세계 여섯 번째 현수교 기술 자립국 반열에 올려놓았다. 지난해 말 인근 보스포루스 해협의 ‘유라시아 해저터널’ 공사를 성공리에 마친 SK건설은 터키 현지의 네트워크 경쟁력을 자랑한다. 어수선한 정국에서도 민·관 협력이 이뤄졌고, 업체 간 출혈경쟁도 없었다. 원전·고속철·항만·교량 등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국가 기술력과 외교력을 총동원하는 시대다. 터키 현수교 수주가 해외건설 부활의 신호탄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