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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지식카페 게재 일자 : 2017년 02월 01일(水)
손바닥 1㎠ 당 1㎏의 압력 받지만 四方 미는 힘에 상쇄돼 못느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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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 김연아 기자 yuna@

김범준의 과학 이야기 - (22) 압력과 균형

우리 모두는 공기 안에서 살아간다. 공기가 없으면 얼마 살지 못한다. 질소와 산소가 주 성분인 공기가 지구 표면을 둘러싼 높이는 사실 얼마 되지 않는다. 비행기가 보통 10㎞ 정도보다 낮은 고도로 나는 이유다. 더 올라가면, 공기가 날개를 위로 미는 힘인 양력이 약해지고, 연료를 태울 때 필요한 산소의 양도 줄어, 비행기가 날기 어려워진다. 비행기 고도 10㎞를 지구 반지름 6400㎞와 비교해 보라. 지구 밖에서 보면, 커다란 지구를 둘러싼 공기는 얇은 막처럼 보일 거다. 지구가 달걀 크기라면, 삶은 달걀의 흰자위를 둘러싼 얇은 막 정도가 지구를 둘러싼 공기의 두께가 된다. 우리는 이 얇디얇은 막 속에서 평생을 사는 셈이다.

보통 일상에서는 무게와 질량을 명확히 구분해 사용하지 않지만, 둘은 엄연히 다른 양이다. 몸무게가 60㎏인 사람이 달에 가면 몸무게가 6분의 1로 줄어 10㎏이 되지만, 질량은 여전히 60㎏이다. 달에 가면 이 사람의 몸무게는 한 살짜리 아이 정도에 불과하니 내가 번쩍 위로 들 수 있지만, 이 사람이 달려오다 나와 부딪칠 때 내가 느끼는 충격은 지구에서와 정확히 같아서 달려오는 성인 어른과 부딪치는 것과 같다. 일상에서 잘 쓰지 않지만, 힘의 한 종류인 무게의 정확한 단위는 ㎏이 아니라 사실 ㎏중이다. 질량의 단위가 그냥 ㎏이다. 지구에서나 달에서나 이 사람의 질량은 변함없이 60㎏이지만, 몸무게는 지구에서는 60㎏중, 달에서는 10㎏중이 된다.

지구가 워낙 크다 보니 지구를 얇은 막처럼 둘러싼 공기도 엄청난 질량을 가진다. 중력의 영향으로 지구 중심을 향한 공기 전체 무게도 엄청나다. 비어있다는 뜻의 한자인 공(空)을 적어 공기라고 하지만 사실 공기는 전혀 비어있지 않다. 무게가 있다. 기체인 공기나 액체인 물과 같은 유체의 경우에는 힘보다는 압력을 살피는 것이 편하다. 압력은 힘을 면적으로 나눈 것으로 공기가 독자의 몸에 작용하는 압력은 사실 상당히 크다. 손바닥을 펴고 손바닥 위에 가로 세로 1㎝인 작은 네모를 그리고 쳐다보라(1㎝는 새끼손가락의 너비 정도다). 그 작은 네모에 공기가 중력으로 만들어내는 힘은 대략 1㎏ 질량의 물체가 그 위에 올라 있는 정도다. 1ℓ들이 음료수 가득 든 페트병이 그 손톱만 한 좁은 면적 위에 올려져 있다는 뜻이다. 손바닥 전체 면적이 60㎠라면 우리 모두는 한쪽 손바닥에 몸무게 60㎏중인 사람 한 명씩을 들고 있는 셈이다. 양손으로 보면 120㎏중. 그런데 왜 힘들지 않을까. 유체인 공기는 손바닥뿐 아니라 손등 쪽이나 손의 옆, 모든 방향에서 같은 크기의 힘을 주기 때문이다. 공기의 압력은 모든 방향에서 동시에 손에 작용하니, 위로 향한 손바닥을 위에서 아래로 미는 힘은 손등을 아래에서 위로 미는 힘과 정확히 상쇄된다. 이처럼, 우리 몸의 피부에는 1㎠의 면적당 1㎏중의 무게에 해당하는 압력이 모든 방향에서 작용하고 있다.

지표면 부근에서의 대기 압력인 1기압은 물 10m에 해당한다고 기억하면 된다. 면적 1㎠, 높이 10m인 물기둥의 질량을 물의 밀도 1g/㎤를 이용해 계산하면 1㎏이 되기 때문이다. 한쪽이 막힌 아주 기다란 유리관을 수영장에 풍덩 빠뜨려 물로 유리관 안을 가득 채웠다 하자. 막힌 쪽을 위로 해서 수영장 밖으로 유리관을 수직으로 세우면, 유리관 안의 물은 수면으로부터 절반인 10m의 높이까지만 올라간다. 수영장의 수면을 지구의 공기가 1기압의 압력으로 아래로 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실험을 처음 한 사람은 토리첼리였다. 사실 토리첼리는 물보다 밀도가 훨씬 큰 수은을 가지고 실험했다(수은의 위험성이 알려지기 전이었다). 1기압에서 물이 아닌 수은을 가지고 같은 실험을 하면 수은 기둥의 높이는 76㎝다. 원소기호가 Hg인 수은이 76㎝ = 760㎜의 높이까지 올라가므로 1기압을 760mmHg로 적기도 한다. 토리첼리 실험의 중요성은 또 있다. 바로 ‘진공’의 존재다. 똑바로 세운 유리관 안의 높이 76㎝인 수은기둥 위에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보인다. 유리관을 세우기 전에는 액체 수은으로 가득한 곳이었으니, 그 빈 공간을 투명한 기체인 공기가 채우고 있는 것도 아니다. 정말로, 진짜로, 빈곳일 수밖에 없다. 바로 참된 빈곳, ‘진공(眞空)’을 눈으로 직접 응시할 수 있게 해준 실험이다. 토리첼리는 진공이 존재한다는 것을, 즉, ‘아무것도 없음’이 존재한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깊은 웅덩이에 있는 물을 위로 퍼올릴 때는 양수기를 쓴다. 양수기의 원리는 우리가 음료수를 마실 때 빨대를 쓰는 것과 정확히 같다. 빨대의 한쪽 끝을 시원한 음료가 들어있는 병 안에 넣고 반대 쪽 끝을 입으로 문 다음에 우리가 하는 일이 바로 입 안의 압력을 낮추는 거다. 음료수 쪽의 압력은 1기압인데 입 안의 압력이 이보다 낮으면 음료수는 빨대를 따라 입 안으로 밀려들어오게 된다. 아무리 힘이 좋은 사람이라도 입 안의 압력을 0기압까지 낮출 수는 절대로 없다. 크립톤 행성이라면 어떨지 모르지만, 지구에서라면 제 아무리 슈퍼맨이라도 10m 아래에 있는 음료수를 빨대로는 절대로 마실 수 없다. 슈퍼맨이 아무리 힘이 세도 자기 입 안의 압력을 음(-)의 값으로 만들 수는 없으니 슈퍼맨이 문 빨대 양쪽의 압력차는 1기압보다 클 수 없기 때문이다. 양수기도 마찬가지다. 양수기에 아무리 성능이 좋은 전동기를 사용하더라도 10m보다 아래에 있는 물을 퍼올릴 수는 없다. 고층 아파트의 꼭대기에 수돗물을 공급할 때는 물론 다른 방법을 쓴다. 빈 관을 연결하고 건물 꼭대기에서 관 안의 압력을 낮추는 방법으로는 절대로 10m 높이 이상으로 수돗물을 공급할 수 없지만, 만약 건물의 아래에서 높은 압력으로 물을 누르면 아무리 높은 고층빌딩이라도 꼭대기에 수돗물을 공급할 수 있다. 위의 압력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아래의 압력을 높이는 거다. 아무리 낮추어도 0기압보다 더 낮은 압력을 만들 수 없지만, 고압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사방에서 우리 몸을 상당히 큰 힘으로 누르고 있는 공기의 압력은 늘 있지만, 우린 이를 평상시에는 전혀 느끼지 못한다. 그 이유는 바로 우리 몸의 내부에서도 밖을 향해 같은 크기의 압력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화를 통해 생명체가 지구 위의 환경에 적응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설명할 필요도 없는 자명한 사실이다. 만약 지구 위 대기의 압력이 1기압이 아니라 10기압이었다면 우리 몸 안에서 피부의 밖을 향해 미는 압력도 10기압이 되었을 거다. 피부라는, 얇다면 얇은 막을 사이에 두고 두 압력이 같은 크기로 작용하기 때문에 우리 몸이 지금 이 모습을 유지하는 거다. 만약 갑자기 외부의 공기 압력이 줄면 어떻게 될까. 외부에서 안쪽을 향해 작용하는 압력이 줄면 우리 몸의 내부에서 밖을 향하는 압력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되므로 우리 몸은 밖으로 팽창한다. 1990년에 개봉한 흥미로운 SF영화 ‘토탈리콜’의 끝부분에, 대기압이 낮은 화성 표면에 나동그라진 주인공의 얼굴을 보여주는 유명한 장면이 있다. 주인공의 눈이 밖으로 돌출하는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주었다. 바로 몸 안과 밖의 압력 차이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일이다. 영화가 아닌 우리 일상에서도 몸 안팎의 압력 차이를 간혹 느낄 수 있다. 비행기를 타고 높이 날거나, 자동차를 타고 높은 고개를 넘을 때, 귀가 먹먹해지는 경험을 한다. 또, 높은 고도의 낮은 압력에 우리 몸이 이미 적응한 후, 비행기가 착륙하려 다시 지면 근처로 내려오면 귀에 통증을 느끼곤 한다. 같은 이유다. 안팎의 압력 차이로 고통을 느끼는 것이다.

가만 생각해 보니, 압력은 꼭 물리학이 아니라도 우리가 자주 쓰는 말이다. 최근에는 이상한 리스트를 하나 만들어 거기에 적힌 단체나 개인에게 정부의 예산 지원을 하지 말라는 ‘압력’을 행사했다는 정치인들 이야기도 언론에 등장했다. 이런 외부의 압력에 맞서 균형을 맞출 힘이 우리 안에 없을 때, 누군가는 고통을 겪는다. 사회에서의 압력은 대부분 힘 있는 쪽에서 없는 쪽을 향하게 마련이다. 지금이 바로 양쪽의 압력 차이를 버틸 수 있는 튼튼한 가름막을 우리 사회가 준비할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문화일보 2016년 12월 28일자 26면 21회 참조)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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