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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정재덕 셰프의 사계절 건강 밥상 게재 일자 : 2017년 02월 01일(水)
매콤 아귀찜, 탱탱하게 구운 흰살에 ‘붉은옷’… 아귀의 ‘반전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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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라이팬에 구운 아귀를 올린 매콤 아귀찜. 청·홍고추가 들어간 매운 양념장에 왕새우, 미더덕, 콩나물 등과 어우러진 하얀 아귀의 살점이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못생겨도 맛은 좋아’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생선이 바로 아귀가 아닐까 싶다. 1∼2월이 제철인 아귀는 겉모습은 우락부락하지만 막상 조리해 상에 올리면 미식가들로부터 귀한 음식 대접을 받는다.

아귀는 못생긴 모습 때문에 옛날에는 버려지던 생선이었다. 어부들은 그물에 걸린 아귀를 보면 곧바로 바다에 던졌는데 그때 ‘텀벙’하는 물소리가 난다고 해 ‘물텀벙’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처럼 하잘것없는 처지의 아귀를 일품요리의 식재료로 출세시킨 메뉴가 바로 아귀찜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마산 아귀찜’이 유명하다. 잡히는 물고기 대부분을 일본에 빼앗겼던 일제강점기에 마산 일대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아귀를 요리해 즐겨 먹었다고 한다.

아귀는 최대 몸길이가 1m에 이르는 큰 생선이다. 몸과 머리가 납작하고, 몸 전체의 3분의 2가 머리 부분이며, 입이 매우 크다. 아래턱은 위턱보다 길게 나와 있고, 양쪽 턱에는 크기가 다른 뾰족한 이빨이 3중으로 나 있다. 아귀는 큰 입만큼이나 식탐이 많은 생선으로 유명하다. 자기 체중의 30% 이상을 먹는 엄청난 식성을 지녔다. 그래서 가끔 아귀를 손질하다 보면 뱃속에서 생선과 새우, 오징어 등이 통째로 나오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 많은 해산물을 집어삼킨 아귀의 식성에는 그저 놀랍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아귀의 이름은 불교에서 말하는 ‘아귀(餓鬼)’에서 유래했다. ‘아귀’란 살아서 탐욕이 많은 자가 사후에 굶주림의 형벌을 받아서 된 귀신을 말한다. ‘아귀같이 먹는다’는 말도 그래서 생겨났다. 입이 큰 아귀에게 그 같은 이름을 붙여준 것도 엄청난 식욕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한때 환영 받지 못하는 생선이었던 아귀가 미식가들의 식탁에 오르기 시작한 것은 담백하고 부드러운 속살 맛 때문이다. 아귀탕, 아귀찜, 아귀구이, 아귀튀김 등의 다양한 요리로 진화하고 있으며, 요즘은 가격도 제법 비싸 고급 생선으로 대접 받고 있다. 최근에는 아귀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이빨밖에 버릴 것이 없다’고 할 정도로 그 위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특히 별미로 불리는 아귀의 간은 열량이 높을 뿐만 아니라 비타민A와 E가 풍부하며 맛도 좋아 귀한 식재료로 대접받고 있다. 아귀의 간은 종종 세계 3대 진미 중 하나인 프랑스의 거위 간 요리 푸아그라와 비교되기도 한다. 찜을 만들어 먹으면 더욱 맛이 좋다.

아귀는 흰살생선의 특징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단백질이 풍부해 성장 발육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수분 함량이 많은 저칼로리 생선으로 다이어트에도 도움을 준다. 아울러 쫄깃한 껍질에는 콜라겐 성분이 다량 함유돼 피부 탄력을 좋게 하고 노화 방지에도 효과가 있다.

아귀가 제철인 이맘때면 종종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는다. 아이는 아귀의 우락부락한 모습을 보곤 괴물 생선이라며 무서워한다. 아이의 눈에는 만화 영화에 나오는 바닷속 괴물 모습과 비슷해 보이나 보다. 하지만 한 마리 사서 저녁에 맵지 않게 아귀찜으로 만들어 주면 괴물 생선인 줄은 상상도 못 하고 정말 ‘게눈 감추듯’ 맛있게 먹고 접시를 비운다.

일반적으로는 아귀찜을 만들 때 아귀를 물에 데쳐 양념에 버무리지만 나는 데치지 않고 아귀를 프라이팬에 구워 올린다. 구운 아귀는 살이 더 탱탱하고 불맛이 추가돼 더 고급스러운 맛이 난다. 담백한 아귀 살을 먼저 먹은 다음에 남은 콩나물과 양념에 밥을 비벼 먹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아귀찜 하나면 온 가족이 둘러앉아 푸짐한 저녁 시간을 보내는 데 제격이다.

아귀찜을 먹고 나면 이렇게 맛 좋은 생선이 못생긴 외모로 저평가되었던 점이 아쉽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외모가 못생겨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외모와는 달리, 반전의 맛을 지닌 아귀찜으로 저녁을 준비해보면 어떨까. 아빠의 술안주로, 엄마의 피부미용식으로, 한창 자랄 아이들의 영양 메뉴로 이만한 메뉴가 없다.

한식당 다담 총괄·사찰음식 명인



어떻게 만드나


재료(2∼3인분 기준)

아귀 1㎏, 미더덕 200g, 바지락 15개, 두절 콩나물 300g, 양파 1/2개, 대파 1뿌리, 미나리 100g, 블랙타이거 새우 4마리, 청·홍고추 각 1개

고춧가루 양념장(굵은 고춧가루 4큰술, 고운 고춧가루 2큰술, 콩가루 1큰술, 간장 2큰술, 고추기름 1/2큰술, 참기름 1큰술, 간 마늘 1큰술, 후춧가루 1/2작은술, 설탕 1큰술, 아귀 육수 1/2컵, 다진 마늘 1큰술, 생강즙 1작은술, 물엿 1큰술, 참깨 1큰술, 소금 1큰술, 전분가루 2큰술), 아귀 육수(남은 아귀 뼈와 머리, 양파 1/2개, 통마늘 2개, 마른 표고버섯 1개, 다시마 2조각, 무 1토막, 물 2ℓ)



만드는 법

1 아귀는 깨끗하게 씻은 후 배에 칼집을 넣고 내장을 제거한다. 이때 아귀 간은 핏줄을 제거해 함께 요리하면 푸아그라와 같은 맛이 난다. 아귀는 살만 따로 분리해 놓고, 미더덕은 깨끗하게 손질해서 준비한 뒤 살짝 데친다.

2 아귀찜에 들어가는 양념장은 재료를 모두 혼합해 1시간 정도 숙성시킨다.

3 머리를 제거한 콩나물은 흐르는 물에 씻은 후 끓는 물에 3분 30초 정도 삶는다.

4 조개와 데친 미더덕, 삶은 콩나물을 넣고 양념장에 볶는다.

5 육수는 모든 재료를 넣고 끓이다가, 우르르 끓으면 다시마를 제거한 후 30분 정도 더 끓인다.

6 육수 1/2컵에 전분 2큰술을 풀어서 4의 냄비에 넣고 함께 볶다가 참기름과 깨소금을 넣는다. 그리고 손질한 미나리를 함께 넣어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볶는다.

7 새우는 껍질을 벗겨내고 머리와 분리한다. 새우 머리는 끓는 물에 삶는다.

8 손질해 놓은 아귀와 새우는 소금, 후추로 밑간을 하고 프라이팬에 굽는다.

9 4의 양념에 버무린 콩나물을 그릇에 담은 후 8의 구운 아귀와 새우를 올려서 완성한다.



조리 Tip

1 해물찜에 들어가는 콩나물은 머리를 제거해야 콩나물 비린 맛이 덜하다.

2 아귀찜은 센 불에서 빠르게 조리해야 맛이 더 좋아진다.

3 아귀찜을 할 때 뼈를 우린 육수를 사용하는 게 훨씬 감칠맛이 난다.

4 양념장에 콩가루를 넣어주면 고소한 맛이 배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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