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檢定 국사 교과서 檢證 철저히 해 왜곡 제대로 걸러내야

교육부가 중학교 역사 교과서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國定)·검정(檢定) 혼용을 내년부터 시행하기 위한 절차를 더 구체화했다. 올해는 오는 10일까지 신청을 받아 15일 확정할 연구학교에서 시범 사용될 국정 교과서 최종본을 31일 공개하고, 아울러 검정 교과서 집필기준도 발표해 혼용을 위한 행정 조치를 일단 마무리한 셈이다.

‘8·15 광복 이후 전개된 대한민국 수립 과정을 파악한다’는 국정의 편찬기준을 유지하면서도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출범에 대한민국 수립, 대한민국 정부 수립 등으로 표현하는 다양한 견해가 있음에 유의한다’고 덧붙인 점을 비롯해 검정 교과서 집필기준은 역사 인식과 서술의 다양성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1948년 8월 15일에 비로소 영토·국민·주권 등 국가의 3요소가 뚜렷하게 확립됐다는 점에서 국정 교과서의 표현 ‘대한민국 수립’이 검정 교과서로도 이어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첨예한 의견 대립이 엄존하는 만큼 두 가지 모두 기술하거나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은 불가피했다고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전체주의나 종교 국가 일부만 채택하고 있는 국정 역사 교과서를 폐기하고 검정 제도를 강화하는 것이 정도(正道)다. 하지만 기왕 혼용키로 한 상황에선 교육부가 검정 교과서의 검증(檢證)을 철저히 해 왜곡을 제대로 걸러내야 할 책임이 무겁다. 기이한 국·검정 혼용까지 이르게 된 근본 원인이 부실 검증이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역사적 정통성을 폄훼하며 북한 정권을 미화하는 내용까지 버젓이 통과시켜 미래세대의 국가관·역사관을 오도하는 교과서가 또 나오게 해선 안 된다. 기존 검정 교과서 필진 상당수를 포함한 일각의 집필 거부뿐 아니라, 일부 교육감들이 일선 학교의 연구학교 신청을 막고 있는 행태도 옳지 않다. 내용과 품질 경쟁에서 국정을 앞설 수 있는 검정 교과서를 만들어 일선 학교의 선택을 받도록 노력하는 것이 당당한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