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은 토론으로 국정 이끈 ‘권위있는 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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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학중앙硏 ‘…지식경영’

한국사회 소통 부재에 시사점

훈민정음을 반포한 세종 28년 9월 29일 자 실록에는 이와 관련된 기록이 전혀 없다. 세종의 주도로 훈민정음이 만들어졌지만, 주요 신료들이 거의 반대했기 때문에 이들에 의해 실록에서 배제된 것이다. 이처럼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는 ‘권력몸체’들 사이의 긴장과 심각한 갈등 속에 성취된 정치적 산물이었다. 평소 신료들에게 직언을 주문하며 토론과 신뢰 속에 소통해온 세종은 논리적으로 신료들의 상소를 반박하며 설득했다. 세종은 “‘권위주의적 전제군주’라기보다 공화주의적 이니셔티브를 취하며 국정을 효율적으로 이끌었던 ‘권위 있는 군주’였다”고 정윤재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교수는 평가한다.

한국 사회가 최고 권력의 소통 부재로 위기 상황을 맞고 있는 가운데 한국학중앙연구원이 펴낸 ‘세종의 지식경영 연구’는 세종의 정치를 당시의 문헌과 기록을 통해 지식경영 측면에서 조명했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합의와 동의를 끌어내지 못하면 소용없다는 점에서 세종이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보여준 소통의 자세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6명의 필자가 참여한 이 책은 세종이 정책 토론, 설득, 명령과 지시, 결정 등의 다양한 수단을 통해 어떻게 자신의 정치적 비전을 실현할 수 있었는지 살폈다.

이익주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는 ‘고려사’의 편찬 과정을 통해 세종의 지식경영을 분석한다. 역사서 편찬은 왕실의 권위를 확립하는 것이었지만, 세종은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쓰는 직서(直書)를 통해 ‘고려사’를 만들기를 주장했다. 실록에는 “역사의 기록은 직서보다 좋은 것이 없으니, 어찌 숨겨서 그 사실을 인멸시키겠는가”라는 세종의 언급이 기록돼 있다. 한국사 국정교과서 편찬과 관련한 갈등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