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우리, 행복한 어린이>“나도 보육원서 외로움 겪어”… 첫 월급부터 30년째 아동 후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최병옥 CMB 충청방송 이사가 지난해 11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대전지부가 전개하는 ‘365 초록우산 산타를 찾습니다’ 캠페인 대전 1호 산타로 선정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최병옥 CMB 충청방송 이사

“1004명의 산타클로스가 모일 때까지 온 힘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사업가로 잘나가던 부모님의 사업 실패로 생활 환경이 급변한 집안의 아이. 이 아이는 남부러울 것 없는 생활을 하다가 하루아침에 보육시설에 맡겨져야 했다. 갑자기 뒤바뀐 생활은 부모 품에서 사랑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야 하는 아이에게는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지역 케이블방송사인 CMB 충청방송 최병옥(54) 이사의 어린 시절 기억에는 ‘배고픔’과 ‘외로움’이 자리하고 있다. 최 이사는 지난 1월 25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초등학교 시절 부모님의 사업 실패로 환경이 어려워져 대전 지역의 ‘천양원’이라는 보육시설에 2년간 맡겨져 생활했다”며 “그 당시 시설에서 생활하면서 배고픔과 외로움 등 어려움을 경험했던 기억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앞장서 도움을 주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최 이사가 7세 때 아버지는 충남 태안에서 ‘야반도주’를 해야만 했다. 제약 도매상을 하던 아버지 회사가 수금 사원들의 횡령과 도주로 망하기 전까지 최 이사 집은 풍족한 생활을 누려왔다.

“당시에는 고아뿐 아니라 가정 형편이 몹시 어려운 집의 아이도 읍·면장의 추천으로 보육원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그렇게 초등학교 4∼5학년 시절을 보육원에서 생활했습니다. 1970년대 초엔 보육원도 어려워 하루 한 끼는 미국에서 원조해 준 강냉이죽을 먹을 정도였습니다. 배가 너무 고프고 외로워 보육원을 뛰쳐나온 적도 있었죠.”

최 이사는 당시의 어려움을 회고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 방에 10∼15명의 아이가 거주해야 했던 보육원에서는 규율이 필요했다. 생활조장 형이 매를 들었다. 굶주림과 가혹 행위에 못 이겨 보육원을 뛰쳐나왔지만 갈 곳이 없어 4시간 만에 보육원으로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고 최 이사는 회고했다.

그의 이 같은 특이한 유년시절의 추억은 오히려 그를 ‘사랑의 기부천사’로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최 이사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대학 진학을 못 하고 농업고를 졸업한 뒤 조경 관련 회사에 취직했다. 고교 졸업이라는 이력 때문에 급여를 많이 받지는 못했지만, 첫 월급을 타자마자 대전 서구에 있는 보육원을 찾아갔다.

최 이사는 “많지는 않지만 급여에서 10%를 떼어 아이들에게 줄 간식거리를 사서 찾아갔다”며 “그 후 10여 년 동안 그 보육원과 인연을 계속 이어가면서 아이들을 지원해왔다”고 말했다.

1998년 지금의 회사로 옮긴 이후 어린이들에 대한 봉사활동을 좀 더 조직화하기 위해 100% 회원제로 운영하는 ‘이웃사랑 나눔터’를 결성하고 지금까지 회장직을 수행해 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대전지부가 시작한 ‘365 초록우산 산타를 찾습니다’ 캠페인에 대전지역 ‘제1호 산타’가 되기도 했다. 이 캠페인은 저소득층 아동들과 정기 후원이나 일시 후원자를 연결해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등 지속적인 경제적 지원을 약속하는 산타를 모집하는 기부 캠페인이다. 최 이사는 지난해 11월 가입한 후 불과 3개월여 만에 무려 150명의 산타를 모집했다. 매일 1명 이상의 후원자를 섭외한 꼴이다. 최 이사는 이 같은 비결이 그동안 후원활동을 해오면서 구축해 놓은 방대한 인맥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밝혔다. 1004명의 산타를 모집하는 게 그의 목표다.

첫 직장 생활 이후 30년 넘게 기부활동을 해온 탓에 지금까지 기부한 돈만으로도 집 여러 채를 샀을 것이라고 최 이사는 추산했다.

“이웃사랑 나눔터 회장을 맡으면서 재능 있는 아이들을 위해 보육원에 피아노를 한 대 사 준 적이 있어요. 당연히 회비가 걷힐 것으로 생각하고 내 신용카드로 할부로 결제했는데, 회비가 들어오지 않아 결국 개인 돈으로 충당한 적도 있습니다.”

최 이사는 자신을 ‘봉사’에 미쳐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아들 2명도 아버지의 모습을 본받아 자원봉사 활동에 적극적이다. 둘째 아이는 자원봉사를 통해 학교장 추천을 받아 대학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항상 머리로 생각하지 말고 실천을 해야 합니다. 불우이웃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겨야 자원봉사가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시작했으면 지속적으로 해야 합니다. 소년 소녀 가장에게 쌀 한 포대를 전달한 뒤 후원하지 않으면 그 아이는 또 다른 누군가로부터 쌀을 지원받아야 합니다. 금액이 적더라도 꾸준히 지속적으로 하는 봉사활동이 필요한 것이지요.”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