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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17년 02월 03일(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김경희 ‘오빠 때문에 큰 일’… 김일성 정상회담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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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핵실험 도발에 따른 남북관계 경색 속에서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이 김정은 공포통치의 부작용과 북한 사회상의 변화, 남북정상회담 추진과정 비화 등을 설명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미완에 그친 1994년 남북정상회담 때문일까.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은 남북한 정상이 판문점에서 회담을 갖고 통일선언을 하는 장면을 가끔 상상해 본다. 그는 남한의 김영삼(YS) 대통령과 북한의 김일성 주석, 그리고 메신저였던 미국의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세 명의 지도자가 등장하는 23년 전의 일화를 들려줬다. “평양을 방문했던 카터 전 대통령이 자동차로 판문점에 도착해 헬리콥터를 타고 미 8군 비행장에 내려 바로 청와대로 들어왔다. 좀 흥분한 표정인 그는 YS를 만나자 안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냈다. 직접 쓴 메모를 보면서 카터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김일성 주석이 전하는 메시지를 읽겠다’고 말했다. 김 주석이 남북정상회담, 제네바 비핵화 협상 복귀, 영변 핵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수락 세 가지를 제안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는 1993년 3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로 인한 1차 북핵 위기가 불거지면서 한반도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상황이 계속 악화되면서 전쟁위기로까지 번지자 1994년 6월 15일 카터 전 대통령이 방북했다. 이틀 뒤 그는 김 주석을 면담했다. 정 부위원장은 카터 전 대통령이 전달한 김 주석의 언급도 들려줬다. “면담 도중 김 주석이 ‘그동안 2선에 물러나 있었는데 사태가 엉망이 됐다. 조국에 대한 마지막 봉사를 하기 위해서 다시 복귀해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핵문제도 해결하고 은퇴할 것이다. 남북회담 의제에는 조건이 없다’고 말했다”고 그는 전했다.

한국 정보당국이 나중에 입수한 첩보에 따르면 김 주석의 딸인 김경희는 묘향산에 있던 아버지를 찾아가 “큰일났다. 인민들이 이밥(쌀밥)과 고깃국은커녕 굶주리고 있다(김 주석은 1980년 10월 6차 당 대회에서 이밥에 고깃국을 먹을 때 당 대회를 열자고 공언했다). 더구나 이제 미국과 전쟁까지 하게 생겼다. 오빠(김정일) 불러서 아버지가 직접 물어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터 전 대통령의 전언을 들은 YS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정 부위원장은 “YS는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김 주석을 만나겠다고 밝혀 왔기 때문에 바로 정상회담 개최 절차 준비에 들어갔다”며 “한반도의 운명이 바뀔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컸다”고 말했다. 열흘쯤 뒤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예비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렸다. 남측에서는 이홍구 부총리를 수석대표로 윤여준 총리 특보, 정 부위원장(외교안보수석)이 참석했다. 북측에서는 김용순 부총리와 안병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 백남준 정무원 책임참사가 나왔다. 실무진들은 2주 가까이 밤을 새우며 준비했고 YS는 정상회담 예행연습까지 했다. 하지만 7월 25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7월 8일 김 주석이 갑자기 사망하면서 1994년 남북정상회담은 무산됐다. 정 부위원장은 “당시는 하늘이 무너진 느낌으로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아 북핵 해결이 지금보다는 훨씬 쉬웠을 것”이라며 “그때 김일성이 나섰으면 상황이 지금과는 180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회상했다.

이제교·박정경 기자 jk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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