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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 게재 일자 : 2017년 02월 03일(金)
‘전기·생활용품 안전관리법’ 갈등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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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세 소상공인들은 안전기준을 강화해 지난 1월 28일 시행에 들어간 전기안전관리법이 지나친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정부는 소비자 보호와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입장이다. 전안법 시행을 반대하는 서울 동대문시장 상가 상인이 점포에 앉아 손님을 기다리는 모습(왼쪽 사진)과 한국전기안전공사 직원이 서울 시내 한 건물의 전기 누전 여부 등을 점검하는 모습. 문화일보 자료사진
정부“생활용품도 안전 강화…‘제2의 가습기살균제’ 차단”
소상공인“상품별 인증비 100만원… 영세업자 망하게 하는 법”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안전관리법’(전안법)을 둘러싸고 정부와 영세 소상공인 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전기용품, 의류·잡화 등 생활용품의 안전관리 기준을 높이고자 지난 1월부터 법이 시행됐지만 영세 소상공인들은 “법을 지키기는 무리”며 “정부의 지나친 규제 강화”라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제품 안전 강화가 우선인지, 영세한 상인들의 사업 편의를 봐주는 것이 우선인지에 대한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현재진행형이다. 10문 10답을 통해 전안법의 실체와 논란의 원인 등을 살펴보자.

1 ‘전안법’이란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 등을 보호하고 소비자의 이익과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의 안전관리에 대한 사항을 규정하는 법이다. 전기용품을 대상으로 하는 ‘전기용품안전관리법’과 의류, 잡화 등 생활용품을 대상으로 하는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을 일원화했다. 2016년 1월 27일 공포됐으며, 지난달 24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시행규칙이 만들어져 28일부터 시행됐다. ‘옥시 가습기 사태’ 등을 거치며 커진 ‘안전관리 강화’ 여론을 법에 적극 반영했다.

2 어떻게 바뀌었나

먼저 용어의 통일이 이뤄졌다. 기존 전기용품안전관리법상 ‘공급자적합성확인제도’와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상 ‘안전·품질표시제도’는 제조자가 자체적으로 또는 외부 시험기관의 시험을 바탕으로 해당 안전기준 충족 여부를 확인하던 동일한 제도였지만 명칭이 달랐다. 이번 개정을 통해 두 제도를 ‘공급자적합성확인제도’로 일원화했다. 명칭 일원화와 마찬가지로 시험 확인규정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법이 개정됐다고 새롭게 시험을 볼 필요가 없다.

전기용품의 경우 기존 법에서 ‘매년 1회’ 실시하도록 규정돼 있던 정기검사 주기가 생활용품과 같이 ‘2년 1회’로 바뀌었다. 일부 품목에서 5년마다 필수로 이뤄졌던 제품 시험을 받지 않아도 된다. 또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공급자는 국가통합인증(KC 인증) 정보를 쇼핑몰에 게재해야 한다. 전기용품, 유아복 등에 한정돼 있던 KC 인증 대상도 의류, 신발, 잡화 등 신체에 접촉하는 대다수 생활용품으로 확대된다.

3 안전인증·안전확인 뜻

안전관리가 필요한 제품을 위해 수준에 따라 3단계로 구분해 관리하는 것이라는 게 국가기술표준원의 설명이다. 먼저 안전인증은 위해 수준이 제일 높은 제품으로, 공장심사와 제품검사를 통해 안전기준에 적합한 제품에 인증번호를 표시한다. 안전확인은 안전인증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제품으로, 제품검사를 통해 안전기준에 적합함을 확인하고 인증기관에 신고한 뒤 제품에 신고번호를 표시해야 한다. 공급자 적합성 확인은 위해 수준이 가장 낮은 단계로, 안전기준에 적합한지를 제3자에게 시험을 의뢰하거나 스스로 확인한 후 KC 인증 마크와 해당 기준에서 정하는 표시사항을 제품에 표시한다.

4 기업 편의성 제고

기업의 편의성을 제고하기 위해 시험인증기관 관련 제도를 보완했다. 먼저 전기용품에 대한 인증기관 지정요건을 완화해 인증기관의 신규 진입을 유도함으로써 인증기관 간 경쟁을 확대했다. 기존엔 안전인증 대상 제품 11개 분류 중 2분의 1 이상에 대해 시험능력이 있어야 인증기관으로 지정됐지만 법 개정 이후에는 3분의 1 이상만 시험능력이 있어도 인증기관으로 지정이 가능해졌다. 이로 인해 인증기관이 서비스 향상을 위해 기업이 신청한 안전인증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할 가능성이 커졌다.

또 그동안 시험·인증기관이 규정 미준수 등으로 업무가 정지될 때 시험·인증 업무가 중단돼 업계의 제품 출시에 불편을 주는 경우가 발생했다. 법 개정 이후엔 업무정지 처분 대신 과징금(1일 200만 원)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해 인증 등을 신청한 기업의 불편을 최소화했다.

5 소비자 편의성 증가

그간 신고제도로 운영되던 안전확인 전기용품은 중대한 결함이 있는 경우에도 개정 이전에는 안전확인 표시의 사용을 금지하는 것만 가능했다. 이번 시행규칙 개정으로 신고의 효력이 상실돼 판매 등을 위해서는 시험과 신고절차를 다시 진행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위해 제품의 시중 유통을 방지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넷 판매 제품에 대해 소비자가 인증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판매자가 인터넷상 게시해야 할 인증정보(인증마크, 인증번호, 제품명, 모델명, 제조업자명 또는 수입업자명)를 규정했다. 다만 법 시행 초기에 인증정보를 확보하기 어려운 판매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생활용품 중 공급자 적합성 확인 제품에 대해서는 유예기간을 적용했다. 오는 12월 31일까지 인증 마크를 게시할 필요 없이 제품명, 모델명, 사업자명만 게시하면 판매가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또 생활용품 중 공급자 적합성 확인 제품에 대해 개정법은 제조업자 및 수입업자가 관련 서류를 보관토록 규정했다. 법 시행 초기에 사업자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올 연말까지 시험결과서를 보관할 의무가 없으며, 제품설명서만 보유하면 되도록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6 왜 논란 일고 있나

이번 개정안의 목적은 국민 생활·안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전기용품과 생활용품의 안전규정을 일원화해 혼란을 줄이고 안전성을 높이는 데 있다. 하지만 영세업체 및 소상공인, 소규모 유통업자들을 중심으로 생활용품에 전기용품과 같은 안전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논란이 일었다.

특히 취급하는 모든 제품에 대해 품목별로 KC 인증을 받으려면 건당 20만∼30만 원의 비용이 드는 데다 자체 역량이 안 되는 소규모 업체는 대행기관을 거쳐 인증을 받아야 해 재정적 부담이 가중된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의류, 잡화 등 8가지 품목에 대해 KC 인증서 보관·게시 조항을 추가로 1년간 다시 유예기간을 두도록 했다.

7 영세 소상공인 입장

가장 큰 반발 이유는 비용 상승과 규제 강화다.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공급 적합성 확인서류(KC 인증서) 발급 비용은 국내 시험연구기관을 통해 검사할 때 개별 상품별로 80만~100만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매업체는 많게는 수천만 원씩 인증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생산단가가 올라가면 소비 심리는 더욱 위축되고 경기가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불만이 나온다. 자체 검사는 구입에만 수억 원이 소요되고 검사 인력도 별도로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상인회나 중소기업단체별로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또 의류 등 생활용품에 강제 인증을 실시하는 국가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인증에 걸리는 시간도 문제다. 의류 등 생활용품은 유행에 민감하고 회전 속도가 빠른데 수십 일이 걸릴 수 있는 인증을 기다리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설명이다.

8 영세 잡화 판매방식

기존에도 전기용품과 어린이용품 생산 및 수입업체는 전기용품안전관리법, 어린이제품안전관리법 등에 따라 KC 인증을 받아야 했다.

다만 의류 등 생활용품은 공산품안전관리법에 따라 인증을 받기는 하나 기본적인 안전검사 외에는 KC 인증서를 보유할 필요가 없었다. 특히 동대문 의류시장 등에서는 매일 새로운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 일일이 인증을 받는 절차는 생략됐다. 수입업의 경우 계약 시 공급자 적합성이 확인된 증명서류를 받아서 보유하면 됐다. 그러나 병행수입업자들은 소량 수입이 많아 서류를 확보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9 해외 직구 영향

온라인으로 의류, 잡화 등 생활용품을 판매할 때 홈페이지에 KC 인증 마크를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하는 만큼 유통업체들도 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해외 상품의 국내 중개 서비스만 하는 경우도 해당한다.

특히 해외 제품은 제조업체에 국내법을 이유로 인증 절차 및 비용을 부담하라고 요구하기 어려워 유통 및 병행수입, 구매대행업자들이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 또 해외 제품의 인증 절차가 국내 제품보다 까다롭기 때문에 인증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거나 벌금이 부과되는 사례도 속출할 수 있다.

최근 온라인을 통한 해외 직접구매(직구)가 증가하면서 병행수입과 구매대행 품목은 수백 가지로 다양화됐는데, 수량이 적어서 품목마다 인증을 거치면 이윤을 남기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10 헌법소원 움직임

전안법을 둘러싼 논란은 헌법소원 등 법정 다툼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병행수입업자, 해외구매대행업자 등 일부 수입유통업자들이 전안법은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취지로 이르면 이달 안에 헌법소원을 낼 예정이다. 구매대행·병행수입업체 커뮤니티인 글로벌셀러창업연구소가 주축이 되고 있는데, 현재 4만5000여 명이 회원으로 있다. 이들은 구매대행업종에 KC 인증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구매대행을 불가능하게 하고, 구매대행업자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이들은 국회를 상대로도 법 개정을 요구하는 활동도 다양하게 벌인다는 방침이다. 온라인상에서는 ‘전안법 폐지를 위한 모임’이 결성돼 전안법 폐지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박정민·유현진 기자 bohe00@munhwa.com
e-mail 박정민 기자 / 경제산업부  박정민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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