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골프에세이>아직도 정장 필수?… 골프장 출입·이용 더 편해져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논란 얽힌 실타래 같은 논란은 어느 것이 진실인지 알기 어렵다. 모두 다 풀어봐야 알 수 있으며, 중간에 포기하면 이도 저도 아니다. 2017년 작. 김영화 화백

지난 1월 일본 골프장 몇 곳을 다녀왔다. 일본 골프장 벤치마킹을 겸해서였다. 일본 골프장의 평균 내장객은 3만4000명 정도다. 한국 골프장의 5만5000명에 비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일본 골프장의 한 CEO는 “골프는 너무도 많은 규칙과 방침이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지나친 규제를 싫어한다”고 답했다. 그러고 보니 골프만큼 엄격한 룰과 방침, 즉 하지 말라는 게 많은 스포츠도 없다.

골프 룰과 에티켓은 분명히 지켜야 하지만, 룰 북에 얽매이다 보면 일본처럼 골프 인구의 급감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룰과 에티켓 이전에 재미가 있어야 한다. 스포츠의 생명은 바로 역전과 재역전, 그리고 하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 모두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골프만큼 재미나고 흥미로운 스포츠는 없다. 예로부터 앉아서 하는 것 중 마작, 누워서 하는 것 중 섹스, 서서 하는 것 중에선 골프가 가장 즐겁다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젊은 층의 골퍼가 늘고 있다. 스크린골프가 큰 영향을 미쳤다. 또래 혹은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엔조이 공간’으로 사랑받는 것이다. 이로 인해 골프장에 오는 젊은 골퍼들에 대한 기존 골퍼들의 비난도 만만치 않다.

일본의 예를 참고해 기존의 룰과 에티켓은 완화하는 게 좋다. 특히 규칙과 방침에 대해 거부감이 없도록 퓨전화시켜야 한다.

일본에선 아직도 정장을 강요하고, 여성 골퍼의 출입을 제한하는 골프장이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방침이다. 젊은이들은 사랑하는 여자 친구와 골프를 즐기러 오며 드레스코드, 룰과 에티켓을 지켜가면서까지 골프를 할 ‘의지’는 없다.

국내 골프장 중 반드시 양복과 구두를 신어야 하는 곳이 있다. 심지어는 운전기사 출입을 제한하는 곳도 있다. 국내 최고의 명문 골프장 중 한 곳은 차량 검문, 검색이 철저하다. 이곳을 다녀온 골퍼 대부분은 조사받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유명 백화점 노드스트롬은 수많았던 규칙을 없애고 단 하나, ‘모든 상황에서 스스로의 판단을 활용하라’는 것만 남겨놓았다. 다양한 규칙과 방침은 비능률적이고 혐오감을 불러일으켜 발길을 돌리게 할 수 있다. 골프장의 출입과 이용이 더 단순해지고 편리해져야 한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