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古代 한반도인과 베트남서 올라온 남방계의 융합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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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놈’연구로 한국인 뿌리 연구… 박종화 UNIST 연구소장

“한국인은 반구대 암각화를 새긴 고대 한반도인과 베트남에서 올라온 남방계의 융합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한반도 위 러시아 ‘악마문 동물(Devil’s Gate cave)’에서 발견된 7700년 전 고대인의 게놈(유전체·genome)을 국제 연구진과 세계 최초로 분석한 박종화(사진) 울산과학기술원(UNIST) 게놈연구소 소장(생명공학부 교수)은 한국인의 유전적 흐름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이 같은 게놈 연구를 통해 ‘동북 공정’이나 ‘임나일본부설’ 등 역사적 논란에 대해서도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박 소장은 이번 연구에서 악마문 동굴 고대인은 수렵채취인이며 갈색 눈, 삽 모양 앞니 등 현대 한국인과 같은 특성을 가졌던 것을 확인했다. 또 악마문 동굴에선 고대인의 뼈와 함께 직물, 고래를 잡는 데 쓰는 작살(harpoon) 등이 함께 발견됐는데, 우리나라 선사시대 대표 유적인 ‘반구대 암각화’에 고래 사냥 장면 등이 그려진 시기가 7000년 전으로 추정되는 것과 비교하면 동굴 고대인과 한반도 고대인 사이에 상당한 유사성이 있는 것이다. 박 소장은 “단정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유전적 특성이나 유물 등을 놓고 보면 한반도 고대인과 악마문 동굴 고대인은 같은 유전체를 가졌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소장은 또 “현대 한국인은 고조선 건국(기원전 2333년) 이전 즉, 4400여 년 전부터 반구대 암각화가 새겨진 7000여 년 전 사이에 남방계가 한반도로 이동해 이미 한반도에 있던 선사인과 섞이면서 탄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했다. 베트남에서는 약 1만 년 전부터 농경이 발달해 인구가 급격히 늘었고, 이들이 점차 북쪽으로 이동해 한반도까지 이르러 고래를 잡는 등 수렵채취 생활을 한 고대인과 만나 서로 섞인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이번 연구결과에서도 드러났다. 동굴 고대인과 다른 인족의 게놈을 비교 분석한 결과, 베트남 원주민과 동굴 고대인의 것을 융합했을 때 현대 한국인과 가장 가까운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박 소장은 앞으로 한국인의 진화 과정을 파노라마처럼 잇는 연구를 할 계획이다. 그는 “수천 년 전의 한국인의 게놈을 확보해 시대별로 어떻게 변해왔는지 더 정확하게 연구하고 싶다”며 “이 게놈 연구를 통해 우리가 가진 역사적 추측이나 논란, 즉 ‘동북공정’이나 ‘임나일본부설’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역사적 사실을 확인할 길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 = 곽시열 기자 sykwa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