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徐遊記>(1058) 51장 대통령 -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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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내 생각인데.”

서동수가 앞쪽에 앉은 유병선과 안종관, 하선옥을 번갈아 보면서 말했다. 베이징으로 날아가는 전용기 안이다. 오후 2시 반, 평양을 떠난 전용기는 지금 황해 상공에 떠 있다.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권위는 용기를 바탕으로 삼고, 용기는 자신감이 있어야 하겠지. 그리고…….”

서동수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그 자신감은 결국 다 버릴 수 있다는 희생정신이 따라야 하겠더군.”

“공감이 갑니다.”

유병선이 머리를 끄덕이더니 덧붙였다.

“각하께서 용기 있는 분이란 것은 세상 사람들이 다 압니다.”

“오랜만에 듣는 칭찬이야.”

서동수가 만족한 표정으로 의자에 등을 붙였다.

“권위는 자연스럽게 배어 나와야만 해. 난 그 경지에 닿으려면 멀었어.”

모두 입을 다물었고 서동수의 말이 이어졌다.

“천박하고 절제하지 못하며, 물욕이 강한 데다 난잡한 여자관계로 얻은 점수를 다 까먹었지.”

“그것이 오히려 장점으로 부각됐지 않습니까?”

안종관이 입을 열었다.

“정직하게 드러내신 그 용기가 결점을 상쇄시켰습니다, 각하.”

이것은 모두 지난번 선거를 치르면서 여러 학자와 온갖 조사기관들이 연구하고 조사한 자료에서 나온 말이다. 그렇다. 서동수의 최대 장점은 정직함이다. 다 드러내고 심판받았다. 정직이 가장 기본이 되었고 이것이 대통령 서동수의 바탕이다. 그때 서동수의 시선이 하선옥에게 옮겨졌다.

“시 주석에게 드릴 선물 준비는 되었지?”

“예, 각하.”

하선옥이 서동수의 가슴께에 시선을 준 채로 대답했다. 둘만 있을 때는 눈을 똑바로 뜨는데 여럿이 있을 때는 이런다.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의 눈짓을 받은 유병선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모두 따른다. 오늘 베이징 방문은 시진핑의 초청을 받은 정상회담이지만 비공식이다. 이번 ‘대마도 수복’ 사건에 대해서 중국 측이 조정을 하려는 것이라고 각국의 언론들이 추측하고 있다. 오후 6시, 베이징 이화원 근처의 안가(安家)에서 시진핑이 서동수를 맞는다. 시진핑의 둥근 얼굴이 웃음으로 활짝 펴졌다.

“어서 오십시오, 각하.”

서동수의 손을 잡은 시진핑의 목소리도 은근했다. 시진핑은 총리 리커창과 산둥성 당서기 리정산, 주석실 비서 왕춘까지 대동하고 있다. 곧 안쪽 회의실로 들어간 양측은 장방형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서동수 측은 비서실장 유병선, 안보특보 안종관, 홍보수석 하선옥에 연방 국방장관 강동철과 외교장관 유춘식이 배석했다.

“동북아에 그야말로 전운(戰雲)이 덮여 있습니다, 각하.”

시진핑이 먼저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전 세계가 동북아를 주시하고 있군요.”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각하.”

서동수도 정중하게 사과했다.

“천년 우방인 중국을 걱정시켜 드리고 있습니다.”

양측 배석자들은 모두 웃음 띤 얼굴로 두 정상의 대화를 듣고 있었지만 몸은 굳어 있다. 이번 대마도 사건에서 미국은 일본을 맡았고 중국은 대한민국을 맡았다. 러시아는 빠졌다. 미·중 양국 정부가 러시아도 대한민국을 설득하라고 요청했지만 푸틴은 거부했다. 그때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주석 각하께 선물을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