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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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조사팀장

천막(天幕)은 비바람이나 햇볕 등을 막기 위해 친 장막, 즉 텐트를 일컫는다. 기독교에서의 천막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성경에서 천막은 하나님이 창조한 하늘을 상징한다. 그래서 성전이 곧 천막이었고, 그곳엔 아무나 출입하지 못했다. 제사장 이상만 출입할 수 있는 신성한 곳이었다. 한·중·일 모두 천막의 ‘천’ 자 한자 표기에 하늘 천을 쓰는 것을 보면 동양 문화권에서도 경외했음을 알 수 있다.

천막의 쓰임새는 다양하다. 고대부터 전쟁 중 임시 막사로 주로 사용됐다. 지금도 군에선 훈련 중에 이동 막사로 흔히 활용하고 있다. 특히, 6·25전쟁을 치른 우리에게 천막은 친숙하다. 전쟁으로 학교 시설이 폐허가 돼, 천막 교실에서 배우고 자란 사람이 많다. 요즘도 각종 축제나 행사에선 어김없이 등장하는 시설물이다.

정치권에서도 종종 천막이 사용됐다. ‘천막 당사’ 얘기다.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것,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지만 당이 위기에 빠졌을 때 요긴하게 쓰였다. 2004년 3월 여의도 옛 중소기업전시장 부지에 마련된 84일간의 옛 한나라당 천막 당사가 대표적이다. ‘차떼기당’이라는 오명과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역풍으로 휘청거렸을 때 2년 3개월간 모든 선거에서 승리해 천막 당사 덕을 톡톡히 봤다. 2013년 8월 민주당과 정의당도 서울광장에 천막 당사를 각각 차려놓고 장기간 장외(場外)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대선을 앞두고 최근엔 일부 여권과 야권에서 부르짖는 ‘빅텐트’와 ‘스몰텐트’도 새로운 이슈로 부각하고 있다.

요즘 천막이 새삼 논란이 되고 있다. 보수단체들이 서울광장에 설치한 천막에 대해 서울시가 강제 철거를 검토하고 있다. ‘박사모’ 등 50여 개 단체가 참여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가 지난달 21일 서울시의 승인 없이 무단으로 천막 40여 개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보수단체는, 훨씬 더 오랜 기간 불법 상태인 광화문광장의 천막이 철거될 때까지 자진 철거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은 시민의 휴식을 위해 조성된 시민의 공간이다. 그러나 이곳엔 대통령 탄핵 찬반 시위대가 설치한 천막이 장기간 불법으로 점령해 불편을 주고 있다. 시민과 민주주의를 다소라도 생각한다면 당장 두 광장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