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의 軍출신 영입, ‘안보不安 후보’ 분칠 아닌가

각 분야의 유능한 인재들이 정치에 투신하는 것은 현재의 정치 수준을 고려할 때 필요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대선 주자 진영의 인재 영입을 색안경 끼고 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소신과 무관하게 권력만 보고 접근하는 것은 곤란하다. 특정 정파가 세 과시 또는 약점 감추기용(用)으로 활용해서도 안 된다. 과거에 그런 일이 많았다. 그만큼 영입하는 쪽도, 영입되는 쪽도 납득할 만한 설명을 당당히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정치적 분칠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대선 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예비역 육군 중장)을 영입한 것을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한국군 최초로 미군 통합특수전사령부 훈장을 받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은 전 전 사령관은 “안보 강화 약속을 믿고 그 약속을 지켜나가는 데 의미 있는 역할을 맡아달라는 부탁이 있어 결심하게 됐다”고 밝히고 “문 전 대표가 빨갱이가 아닌 것을 확신한다”고도 했다. 문 전 대표의 가장 큰 약점이 ‘안보 불안(不安)’이라는 주장도 있음을 고려할 때, 한·미 관계와 안보를 중시하는 그가 야당 외교·안보 노선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시정할 수 있다면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문 전 대표의 안보 노선은 크게 다르다. 최소한의 북핵 방어 장치임은 물론 한·미 동맹의 핵심으로 떠오른 사드 배치에 대해 문 전 대표는 “차기 정부에서 재검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북핵 위협이 날로 심각해지는데도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의 조속한 재개를 주장하고 있다. ‘당선된 뒤 북한을 가장 먼저 방문하겠다’고 하고, 군 복무 기간 단축 문제도 제기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회고록에서 ‘2007년 11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표결을 할 때 북한의 입장을 먼저 물어보도록 했다’고 공개했다.

전 전 사령관의 문재인 캠프 참여보다 중요한 것은 문 전 대표의 정확한 안보관이다. 영입인사 얼굴이 국민의 판단을 왜곡하게 해서는 안 된다. 야당이 앞다퉈 4차 산업 육성을 약속하면서도 실제로는 ‘규제프리존특별법’을 반대하는 등 발목을 잡는 상황도 마찬가지다. 국민이 각 주자들의 안보·경제 ‘분식(粉飾)’에 속지 않도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