特檢, ‘블랙리스트’ 김기춘·조윤선 기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金, ‘나쁜 사람’ 찍힌 노태강과
문체부 1급 사직압박 혐의 추가
공소장에 朴대통령 공모자 기재

靑에 주중 압수리스트 보내기로
朴측 조사일정·장소 비공개요구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문화예술계 인사 약 1만 명의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주도한 혐의로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7일 기소했다. 블랙리스트 정책으로 정부의 문화예술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 임직원들이 관련 업무에 부당하게 개입하도록 한 혐의도 받는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 혐의 등이다. 특히 특검팀은 이들의 공소장에 박근혜 대통령을 블랙리스트의 공모자로 기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김 전 비서실장과 조 전 장관을 기소하면서 블랙리스트에 대한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두 사람의 구속 기간은 8일 만료된다.

김 전 실장의 공소장에는 이 같은 혐의에 더해 박 대통령에게 ‘나쁜 사람’으로 찍힌 노태강 전 문체부 국장 등이 사직하도록 압박한 혐의와 블랙리스트 정책에 찬동하지 않은 문체부 1급 공무원 6명에게 사표를 내게 한 뒤 그중 3명을 그만두게 한 혐의도 추가됐다. 특검팀은 블랙리스트 작성·실행 행위는 실정법 위반에 해당하는 것은 물론, 헌법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중대 범죄 행위’로 보고 집중 수사를 벌였다.(문화일보 1월 5일자 5면 참조)

주목되는 대목은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이 공모자로 기재돼 있다는 점이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서면·대면 보고를 받은 정황 일부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특검팀은 블랙리스트 운용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김종덕(60) 전 문체부 장관, 신동철(56)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정관주(53) 전 문체부 1차관을 기소하면서도 박 대통령이 공모했다고 공소장에 기재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보도를 보니까 굉장히 숫자가 많고 그런데 나는 전혀 그것은 알지 못하는 일”이라고 혐의를 전면 부인한 바 있다.

한편, 특검팀은 청와대 압수수색과 관련해 ‘현실적으로 임의제출 받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특검팀이 원하는 ‘압수 문서 리스트’를 이르면 이번 주 중 청와대에 보낼 방침이다. 특검팀은 청와대로부터 ‘실질적’으로 범죄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임의제출 방식으로 영장 집행을 할 계획이다. 특검팀은 청와대 압수수색 일정과 별개로 박 대통령 대면조사는 당초 계획대로 9∼10일 진행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청와대와 막판 협의에 나서고 있다. 박충근·양재식 특검보가 직접 대통령 대면조사에 나서고, 장소는 청와대 경내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경내에서 나와 조사를 받을 생각은 전혀 없고, 특검팀도 이 부분은 수용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측은 특검 측에 조사 내용은 물론 일정, 장소 등을 모두 비공개로 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에서 박 대통령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