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 ‘방역은 제2 국방’ 각오로 구제역 확산 막으라

충북 보은 젖소에 이어 전북 정읍 한우에도 7일 구제역 확진 판정이 났다. 보은에서 100㎞ 떨어진 정읍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건 심상치 않은 조짐이다. 전국 확산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6일 오후 6시부터 30시간 동안 소·돼지 농가와 차량 등에 대해 일시 이동중지 명령을 내렸다. 구제역으로 전국 규모의 이 명령이 내려진 건 처음이다. 2010년 구제역 파동이나 지난해 최악의 AI 사태가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로 빚어졌다는 지적을 의식해서인지 정부가 이번에는 신속하게 강도 높은 조치를 내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미덥지만은 않다. 황당한 사례들이 농가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국 축산농가에 구제역 백신 접종을 의무화한 결과 소는 97.5%, 돼지는 75.7%의 항체 형성률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백신 접종을 했다는 보은농가의 항체 형성률은 19%, 정읍 농가는 5%에 그쳤다. 정부·지자체는 접종을 제대로 하지 않아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이런 해명이 사실이라면 더 큰 문제다. 백신 접종 관리가 잘 안 된 농가가 어디 여기뿐이겠는가. 충북은 정부로부터 ‘방역관리 우수평가’를 받았다니 더 말문이 막힌다. ‘물 백신’ 논란도 간단치 않다. 이번의 경우 국내 사용 중인 백신이 잘 안 듣는 변종 바이러스라면 더 심각하기 때문이다.

구제역은 공기로도 쉽게 전파될 만큼 전염력이 강하다. 대규모로 번질 경우 축산 기반을 흔들어 국가 경제에도 막대한 타격을 입힌다. 정부가 초기에 총력 대응해 전국 확산을 차단해야 하는 이유다.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직(職)을 걸고 일단 구제역 확산부터 막아야 한다. ‘방역은 제2의 국방’임을 명심해야 한다. 탄핵 정국을 틈탄 공무원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도 각별한 점검이 필요하다. 농가도 ‘나 혼자쯤이야’ 하는 이기적 생각을 접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