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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사회] Who, What, Why 게재 일자 : 2017년 02월 08일(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속 ‘대포폰’…직접 개통 안해도 사용땐 처벌
2G폰 20만원·스마트폰 40만원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과거에는 노숙자 신분증… 최근엔 명의도용 많아져
朴정부 ‘대포폰과의 전쟁’… 전담 합수본부까지 꾸려
정호성 증언이 사실이면 朴대통령 不法 저지른 셈


박근혜정부 ‘비선 실세’ 최순실(61·사진) 씨,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48) 전 부속비서관은 이른바 ‘대포폰’을 이용해 연락을 주고받았다. 차은택(48) 전 창조경제추진단장도 지난해 12월 7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와 “(최 씨와) 통화할 때 대포폰 한 대를 썼다”라고 진술했다. 지난해 12월 12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4차 변론에 증인으로 나온 이영선(39) 전 청와대 행정관 역시 대포폰으로 최 씨와 연락을 취했던 사실을 시인했다. 지난달 19일 헌재 탄핵심판 7차 변론 때는 정 전 비서관의 입을 통해 박 대통령도 ‘차명폰’을 썼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들이 하나같이 대포폰을 ‘애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범죄에 악용되는 대포폰이 왜 인기이고 어떻게 유통되는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포폰은 가입자와 실제 사용자가 다른 휴대전화를 말한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이의 명의를 도용한 경우 대포폰, 타인의 동의를 얻어 명의를 빌린 경우 차명폰이라고 엄밀히 구분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는 당국과 통신업계 모두 ‘실명으로 개통하지 않은 휴대전화’를 대포폰이라고 통칭한다.

최근에는 일반인들도 마음만 먹으면 쉽게 대포폰을 구할 수 있다. 문화일보 취재진이 7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대포폰’을 검색해보니 대포폰을 개설하거나 명의를 사들이는 업체들의 전화번호가 수십 개나 나왔다. 휴대전화 판매점 중에서도 대포폰 매매를 주선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한 휴대전화 판매점 직원은 “대포폰으로 2세대(G) 휴대전화를 구매할 경우 20만 원, 스마트폰을 구매할 경우 40만∼50만 원에 살 수 있다”며 “단말기 없이 유심(USIM·가입자의 식별정보를 저장한 카드)만 별도로 구매할 경우 15만 원이면 대포폰을 개통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대포폰은 ‘떳떳하지 않은 일’을 하기 위해 쓰는 전화다. 대포폰을 사용하는 목적은 대부분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다. 신원이 노출되지 않으면 불법행위의 증거를 숨기고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는 데 유리하다. 대포폰이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주로 사용되는 이유다. 과거에는 노숙자나 신용불량자, 중국교포 등에게 10만∼20만 원을 주고 신분증을 넘겨받은 뒤 그들의 명의로 대포폰을 개설하는 것이 흔한 수법이었다.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 명의를 도용하거나 급전이 필요한 사람의 명의를 빌려 휴대전화를 개통하는 사례도 부쩍 늘었다. 심지어 일부 이동통신 판매점에서는 고객의 명의를 도용해 대포폰을 만들고 이를 판매하기도 했다.

대포폰을 ‘개설’하거나 ‘사용’하는 것은 모두 불법이다. 전기통신사업법 제30조(타인 사용의 제한)와 제97조(벌칙)에 따르면 대포폰을 개설·판매하는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같은 법 제32조의4(이동통신단말 장치 부정이용 방지 등)와 제95조의2(벌칙)는 대포폰을 구입하거나 빌리거나 이용하는 자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하고 있다. 자신이 직접 대포폰을 개통하지 않더라도, 대포폰을 쓰는 것만으로도 법을 어기는 게 된다. 정 전 비서관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박 대통령은 현직에 있으면서 불법을 저지른 셈이다.

대포폰을 근절하겠다고 대대적 단속을 벌였던 박근혜정부의 최고사령탑 청와대에서 대포폰이 널리 쓰였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정부는 2014년 2월 ‘대포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대포폰이 보이스피싱·인터넷 사기 등 각종 범죄의 핵심수단이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검찰, 미래창조과학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관련 부처는 ‘서민생활침해사범 합동수사본부’까지 꾸렸다. 가입자가 제시한 신분증의 사실 여부를 가리고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신분증 스캐너’를 도입하고,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휴대전화를 개통했을 경우를 대비해 명의자에게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는 ‘엠세이퍼’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에 당국은 최근 이른바 ‘직권 해지’ 제도를 신설했다. 지난해 11월 15일부터는 이동통신 3사 및 알뜰폰 36개사와 공동으로 명의자와 실제 사용자가 다른 대포폰을 강제 해지하도록 하고 정리 중이다.

그럼에도 대포폰의 싹을 잘라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대포폰 적발 사례는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적발된 대포폰은 2014년 말 1만1490대에서 지난해 8월 기준 2만8712대로 급증했다. 실제 유통되는 대포폰은 단속 통계 수치의 10배가 넘을 것이란 게 경찰의 추산이다. 경찰 관계자는 “허술한 제도 탓에 여전히 대포폰 관련 범죄가 끊이질 않는다”며 “대통령까지 대포폰을 사용한다는 정황이 드러난 마당에 단속이 제대로 될지 의문”이라고 푸념했다.

중국과 일본은 대포폰 적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범정부 차원의 ‘뎬화자펜(電話詐騙·보이스피싱) 예방·척결을 위한 통보’를 공포했다. 공안기관과 전화통신사업자를 총동원해 공동으로 조직 소탕과 대포폰 근절에 나섰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꺼낸 카드는 이른바 ‘고객 신분 등록제’다. 100% 완전 실명 사용을 통해 대포폰 생산 자체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구상이다. 일정 기간 정확하지 않은 고객정보를 등록할 경우 휴대전화 사용을 정지하기로 했다. 일본도 대포폰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휴대전화 부정이용 방지법’을 시행 중이다. 이 법은 휴대전화사업자와 대리점, 임대업자를 대상으로 휴대전화 계약 때 본인확인을 의무화하고, 관련 서류를 3년간 보존토록 했다. 이와 관련,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 교수는 “대포폰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휴대전화 개통 시 고객정보를 철저히 확인하는 중국이나 일본처럼 규정을 보완해 개통 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훈·김현아 기자 powerkimsh@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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