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특권 노조 實相 거듭 보여준 한국GM ‘채용 장사’

고질적인 노조의 채용 비리가 또 터져 나왔다. 검찰이 최근 기소한 한국GM의 노조 간부와 회사 임직원 31명은 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들을 상대로 ‘정규직 채용 장사’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전·현직 노조 간부 등은 1인당 2000만~7500만 원씩 뒷돈을 받았고, 명단을 건네받은 회사 임원은 성적을 조작하는 수법으로 불법 채용 비리에 가담했다는 것이다. 2012~2016년 정규직 합격자 346명의 35%인 123명을 이렇게 뽑았다니, 정규직을 꿈꾸며 성실하게 일한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뒤통수를 친 격이다.

지난 2004년 130여 명의 노조 간부와 직원이 연루된 기아자동차의 채용 비리가 노조의 도덕성에 큰 타격을 줬지만, 이후에도 크고 작은 추문이 끊이지 않는다. 원인은 두 가지다. 첫째, 노조가 구직자의 당락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력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적발된 한국GM 노조 간부들은 인사 시스템을 뛰어넘는 위세를 과시하며 곤궁한 처지의 비정규직 돈을 뜯었다. 가족까지 공공연히 브로커 행세를 한 사례도 드러났다. 채용 비리에다 납품 비리까지 저지른 전 노조 지부장 집 화장실에선 4억 원 현금 뭉치가 발견됐다. 특권 노조의 적나라한 실상(實相)이다. 둘째,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다. 지난해 기준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의 53.5%에 불과하다. 정규직이 되면 임금이 두 배가 되고, 고용 안정과 복지 혜택이 뒤따른다. 그런 처우를 얻기 위해 비정규직들은 모친 아파트를 담보로 잡거나 은행 대출을 받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격차는 강성 노조가 주도한 고율의 임금인상으로 더 커졌다. 고용노동부 조사로는 1000명 이상 대기업의 35%가 단체협약에 자녀 우선·특별 채용 조항을 두고 있다. 고임금 독식과 고용세습도 모자라 채용 장사까지 했다. 그러면서 비정규직 보호를 내거는 것은 비열한 위선이다. 특권 노조의 파렴치한 비리는 일벌백계로 엄단하고, 정규직 과보호를 바로잡을 노동개혁에도 다시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