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與野, ‘헌재 심판 승복’ 선언하고 場外 선동 중단해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심리가 ‘탄핵 찬성’ 측의 예상보다 다소 늦어지고, 헌재 내부 분위기도 차분하게 직접 증거와 법리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야(與野) 정치권이 다시 술렁이고 있다. 헌재는 7일 대통령 대리인단 요청에 따라 증인 8명을 추가 채택하고, 증인 신문도 22일까지 하기로 하면서도 변론 종결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헌재 결정은 3월로 넘어갔으며, 박 대통령의 직접 변론 등 다른 변수에 따라 더 늦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탄핵이 당연시되던 초기 분위기도 달라져 기각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야 3당은 대표 회동을 갖고 ‘조기 탄핵’을 위한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헌재에 대한 외압 행사는 더욱 자제돼야 한다. 특히 정치권은 장외(場外) 선동을 중단해야 한다. 그런데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탄핵 위기론’을 제기하면서 다시 촛불 집회에 기름을 붓는 것은 이율배반이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문 전 대표는 7일 “탄핵도 안 됐는데 정치권이 너무 다른 쪽으로 관심을 돌리는 바람에 촛불 민심이 동떨어지게 된 것 아닌가”라며 “촛불을 더 높이 들어 탄핵이 반드시 관철되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본인이 대선 분위기 조기 과열에 앞장섰음에도 이렇게 주장하는 것은 유체이탈 화법으로 비친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날 헌재 앞 기자회견에서 “탄핵을 완성하지 못하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며 ‘2월 중 탄핵’을 압박했다. 한편, 새누리당 의원들도 지난 주말부터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기 시작했다.

헌재의 심리가 막바지 중대 국면에 진입한 지금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차분히 기다리면서 어떤 결론에도 승복하겠다는 입장을 선언하는 것이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일 국회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공정하고도 조속한 결정”을 촉구하면서 “헌재의 결정이 내려지면, 여야를 포함해 모두 승복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7일 같은 연설에서 “촛불 민심과 태극기 민심이 격렬히 대립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 비춰보면 헌재 결정 이후에도 심각한 대립과 후유증이 예상된다”면서 “모든 정당이 함께 헌재 판결에 대한 승복을 약속하자”고 제의했다. 정치권이 장외 갈등을 국회로 수렴하고, 헌재가 오직 헌법에 따라 판단할 수 있도록 ‘승복 선언’을 적극 고려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