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徐遊記>(1061) 51장 대통령 -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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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에서 돌아온 서동수가 평양 집무실에 앉아 TV에 비친 ‘대마도 수복군’의 위용을 보고 있다. 현장기자는 2차대전 시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비교하고 있었는데 수복군의 규모가 더 컸다. 장관이다. 바다를 덮은 상륙정, 그것이 온갖 배들로 이루어진 선단(船團)이어서 저절로 눈이 둥그레졌고 숨을 들이켜게 되었다. 상륙정에서 모두 태극기가 펄럭이는 것도 그렇다. 바다가 태극기로 덮여 있는 것 같다. 오전 10시, 유병선이 다가와 전화기를 넘겨주었으므로 방에 있던 안종관이 리모컨으로 TV 음을 소거했다.

“여보세요.”

서동수가 응답했다. 상대는 미국 대통령 크램프, 워싱턴 시간은 오후 8시다.

“각하, 동북아 정세가 심각해졌군요.”

크램프가 남의 일처럼 느긋하게 말했으므로 서동수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졌다. 방 안에서 크램프의 전화를 기다리던 측근들은 여전히 굳어 있다. 통화는 스피커를 통해 그대로 들려온다. 그때 서동수가 대답했다.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미군과 미국인의 피해는 없을 것입니다.”

“일본이 공격을 받으면 미국이 자동 참전하게 되어 있어서요.”

이제 그 말은 약효가 사라진 약이나 같다. 따지고 보면 한국도 미국과 70년간 동맹국이다. 미국 동맹국 간의 전쟁인 것이다. 크램프는 남의 나라 전쟁에 끼어들지 않겠다는 사고를 가진 인간이다. 더구나 동맹국 간의 전쟁에다 미 국민의 95%가 참전에 반대한다. 그때 크램프가 말을 이었다.

“부산에 내려간 미스터 김이 최후통첩을 했는데 기간을 좀 늘려주시지요, 각하.”

“우리가 함께 협의를 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전쟁은 막아야지요.”

스피커에서 크램프의 한숨 소리가 나왔다. 의도적인 것 같지는 않다.

“제가 죽겠습니다. 이대로 가면 한·일 양국이 치명적인 피해를 당합니다.”

“일본이 양보를 해야지요. 지금까지 미국의 등에 업혀 있기만 했으니까요.”

“그런 면도 있었지요.”

순순히 시인한 크램프가 말을 이었다.

“언젠가는 일본이 고립될지도 모른다는 경고를 한 학자도 있었지요. 일본이 그동안 너무 오만했던 것 같습니다.”

“각하, 이제 사흘 남았습니다.”

“제가 제의를 드리려고 합니다, 각하.”

잠깐 말을 멈췄던 크램프가 물었다.

“아베 씨하고 정상회담이 어떻습니까? 저하고 시 주석까지 합해서 넷이 말입니다. 아베 씨는 찬성할 것이고 시 주석도 참석하지 않을까요?”

서동수가 전화기를 든 채 옆에 앉은 안종관, 국방장관 강동철, 홍보수석 하선옥까지를 차례로 보았다. 그때 안종관이 머리를 끄덕였다. 얼굴에 웃음기가 떠올라 있다. 예상했던 제의인 것이다. 전화기를 고쳐 쥔 서동수가 대답했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까지 참석시키지요, 각하.”

“좋습니다.”

그쪽도 예상하고 있었는지 크램프가 동의했다.

“그럼 이틀 후가 어떻습니까? 장소는 어디가 좋을까요?”

“한랜드의 한시티로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좋습니다.”

크램프가 장소 따위는 상관없다는 분위기로 대답했다.

“제가 중재 역할로 각국에 통보를 하겠습니다. 이틀 후에 한시티에서 5개국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입니다.”

정상회담 주제는 ‘대마도 반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