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선생님’ 감사편지 쓰기>장애로 힘든 제게 사랑의 손길…12년간 엄마 같으셨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대구교육감賞 나혜리 양

대구보명학교에 계신 선생님들께. 안녕하세요.

제가 대구보명학교에 입학한 게 어제 같은데 12년이라는 세월이 지나 고등부 3학년이 되었습니다. 대구보명학교 입학할 때 어머니께서 참 많이도 울었습니다. 내 자식이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서 특수학교에 입학할 줄은 몰랐다고요.

제가 초등부 때는 고집이 세서 교실 바닥에 드러눕고, 머리카락을 뽑고, 떼쓰고, 짜증 내고, 선생님 말씀도 안 듣고, 속도 많이 상하게 해드렸습니다. 그럴 때마다 인상 한 번 안 쓰시고 웃으면서 다 받아주셨지요. 편식이 심해 야채는 전혀 먹지 않던 제게 밥숟가락에 반찬을 얹어주셨고요. 제가 울 때는 눈물을 닦아주셨어요.

이런 저와 친구들을 매일매일 한 글자라도 더 가르쳐주시려는 선생님. 보다 사람답게 살게 하시고픈 선생님이셨습니다. 좋은 일도 있었습니다. 제가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 역도로 출전해서 금메달을 따 왔을 때는 뛸 듯이 기뻐해 주시던 선생님. 눈이 억수로 내리던 날 셔틀버스가 운행되지 않아 택시로 저희 집에까지 2시간이나 걸리는 길을 불평 한마디 없이 데려다주셨습니다.

지난해에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갔지요. 아직 생리를 해도 선생님들의 손길이 필요한 저희에게 여행하는 내내 신경을 쓰시고 팬티, 양말 안 가져온 친구를 위해 직접 사주시고 한 학생이라도 길을 잃거나 다치지는 않을까 늘 긴장하시고 손을 꼭 잡아주시던 선생님. 비가 내리면 비를 맞을까 우산을 이리 써라, 저리 써라 말씀하시고 챙겨주셨던 모습. 샤워할 때도 같이 욕실에 들어가셔서 씻겨주시고 잠자리가 불편하지는 않을까 저희랑 주무시다가도 이불을 덮어주시던 선생님의 모습은 엄마와 같습니다.

전 이렇게 좋은 학교에서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 12년 동안 행복한 학교생활을 했습니다. 내년이면 졸업하는데 너무 슬퍼서 생각조차 하기 싫습니다. 선생님, 저를 사랑으로 가르쳐주시고 인내로 가르쳐주시고 열정으로 가르쳐주시고 웃으면서 가르쳐주시는 대구보명학교 선생님.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훌륭한 사람도 그리고 사업에 성공한 사장이나 유명한 사람도 될 수 없지만 이렇게라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고 바다 같다고 하지요. 정말 대구보명학교 선생님들의 은혜는 그렇게 말해야 할 것입니다. 선생님 건강하세요. 그리고 사랑합니다.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고맙습니다, 선생님'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