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방위비 분담 과도한 요청 안할 듯… 내년 협상 ‘청신호’

- 틸러슨 국무 답변서 의미

‘韓 분담금 비율 높은 편’ 판단에
한·미동맹 강화에 부담 우려도
내년부터 ‘2019년 이후’ 협상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한국은 이미 충분한 방위비를 분담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비율이 일본과 비슷하고 독일보다 높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한국의 국방비 지출 비율 역시 영국과 프랑스, 독일보다 높다는 사실을 감안해 방위비 분담금으로 한·미동맹에 균열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대한 추가 방위비 부담 압박과는 달리 한국에 대해서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강하게 요청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9일 공개된 인준청문회 서면 답변 자료에 따르면 틸러슨 국무장관은 트럼프 행정부 각료 중에서 처음으로 한국이 충분한 방위비를 부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제기됐던 미국의 방위비 분담 증액 움직임과 관련해 한국이 첫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일 방한해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가진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 역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때 방위비 분담금 협상 불발 시 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다고 위협한 발언과는 180도 다른 기조다. 틸러슨 장관의 발언은 한국 정부가 이미 충분한 방위비 분담금을 내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로 내년부터 본격화할 2019년 이후의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미국이 합리적 범위 내에서 요구할 것이란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9441억 원으로 주한미군 전체 주둔 비용의 절반에 육박했다. 방위비 분담금은 1991년 1억5000만 달러를 시작으로 매년 2.5∼20여% 범위에서 늘어왔다. 내년부터 2019년 이후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정부 소식통은 말했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분담금 비율은 0.068%(2014년)로 일본(0.074%)과 비슷하고 독일(0.016%)보다 높은 편이다. 틸러슨 장관의 평가는 한국의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은 2.4%(2016년)로 일본(1%)은 물론 영국(2.21%), 프랑스(1.78%), 독일(1.19%)보다 높은 것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미군 주둔국 가운데 한국에만 있는 카투사에도 매년 100억 원 안팎의 예산이 투입되며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규모의 무기를 수입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평가된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2006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0여 년간 우리는 미국에서 36조360억 원어치의 무기를 구매, 세계 최대 미제 무기 수입국이었다. 평택 미군기지 조성에도 우리 측은 절반이 넘는 8조9000억 원가량을 부담하고 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