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역사교과서 선택권 빼앗는 교육청·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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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보는 시각은 다양하게 존재한다. 같은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도 ‘지배자’가 보는 시각과 ‘민초’들이 보는 시각은 다를 수 있다. 국정 역사교과서 논쟁도 이 같은 역사적 다양성 논란에서 출발했다.

보수 역사학자들은 기존 검정 역사교과서가 지나치게 이념 편향적으로 서술돼 다양성과 객관성을 잃었다고 지적한다. 반대로, 진보 학자들 역시 다양성을 무시하고 국가주의 사관을 일방적으로 심어줄 수 있다며 국정화에 반대한다. 이런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 평행선을 그려 나갈 것이 분명하다. 교육부가 고민 끝에 국·검정 혼용을 결정한 것도 이런 논쟁에 대한 ‘고육지책’의 결과일 것이다.

그렇다고 국·검정 교과서 채택 여부를 ‘학교’가 아닌 특정 세력이 좌우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국정 역사교과서를 가르칠 연구학교를 신청한 학교가 한 곳도 없는 것은 일부 시·도 교육청이 교육부의 공문을 일선 학교에 전달조차 하지 않은 탓이 크다. 17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8개 교육청이 이 같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이 연구학교 신청 움직임을 보이는 학교에 몰려가 압력을 행사하는 것도 일선 학교들에는 ‘두려움’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연구학교 신청은 일선 학교가 ‘선택권’을 갖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교사 등 학교 구성원들이 합의해 자율적으로 국정 역사교과서 채택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일부 시·도 교육청과 전교조 등이 학교의 선택권까지 빼앗는 일은 오히려 그들이 주장하는 ‘다양성’을 무시하는 또 다른 ‘압력’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을 찬성하고 반대하는 양론이 있는 게 사실이다. 국정 역사교과서가 진정 문제가 있다면 검정 교과서와의 경쟁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다. 하지만 그 결정은 학교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하면 될 일이다.

임대환 사회부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