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산 담배 바다에 빠뜨려 대량 밀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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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 감싸고 그물망으로 묶어
러시아인 4명 부산세관에 덜미

1980년대에 사라졌던 ‘해상 투기 분선 밀수’ 방식으로 담배를 대량 밀수입해 6배 이상 시세차익을 노리려던 러시아인 밀수범 4명이 세관에 붙잡혔다. 부산세관은 9일 외국산 담배 2만2000갑(시가 1억 원상당)을 바다에 빠뜨려 다시 수거하는 방식(사진)으로 밀수입하려 한 혐의(관세법 위반)로 러시아인 선장 Y(55) 씨를 구속하고, 러시아 조직원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국내 담배가격이 대폭 인상되자 지난 2016년 3월 불가리아산 담배인 ‘아메리칸 레전드’와 ‘더 킹 화이트’ 등 2종 2만2000갑을 부산(중계항)을 거쳐 러시아로 수출되는 것처럼 위장해 밀수입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담배가 젖지 않도록 비닐에 담배 박스를 넣은 뒤 비닐랩으로 여러 겹 감싸고 박스가 흩어지지 않도록 그물망으로 묶었다. 이어 저절로 물에 뜬 박스에 GPS를 부착해 세관 감시영역을 벗어난 부산 항계 외곽해역에서 바다에 투기했다. 그러나 부착된 GPS가 유실되는 바람에 담배를 인수받으려던 소형선박의 공범들이 위치를 찾지 못하다가 해양환경관리공단 소속의 항만정화선박에 발견돼 세관에 적발된 것이다. 이 담배의 원가는 한 갑당 500원으로 국내의 외국인 왕래 시장 등에서 원가보다 6~7배 이상인 3000~4000원에 팔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해상 분선 밀수는 1980년 이전에 대일 화물 선원들이 참깨나 전자제품 등을 밀수입할 때 소형 어선을 이용해 쓰던 수법으로서 러시아인들에 의해 30여 년 만에 다시 등장했다. 세관 관계자는 “그동안 컨테이너가 화물의 주류를 이뤄 이런 방식이 사라졌으나 담배가 물에 뜨는 점 등을 악용해 쉽게 밀수가 가능한 수법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산 = 김기현 기자 ant735@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