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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북팀장의 북레터 게재 일자 : 2017년 02월 10일(金)
삶을 제대로 여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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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주 지음/메디치
북팀장이 휴가를 가서 대신에 북레터를 씁니다. 저희 북리뷰팀이 이번 주에 주목한 책의 하나는 ‘존엄한 죽음’입니다. 원로 저널리스트가 쓴 이 책은 쉽게 읽히면서도 묵직한 감동을 줍니다.

제목만 보고 항심(抗心)이 솟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사는 것도 버거운데, 왜 죽는 이야기를 하느냐.” 웰다잉 강연을 해 온 저자는 이런 유의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그는 죽음을 논해야 삶을 더 충실히 가꾸고 마지막 순간을 존엄하게 누릴 수 있다고 답합니다.

저자는 딸과 아내가 병으로 세상을 떠난 후 죽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합니다. 국립암센터 호스피스 아카데미를 수료하고, 미국·일본 등에서 존엄사 문제를 취재했습니다. 이 책 앞부분엔 그가 딸과 아내를 잃은 후 겪어야 했던 아픔이 진솔하게 담겨 있습니다. 읽는 이의 목울대를 뜨겁게 만드는 대목이 많지요. 그는 죽음에 대한 공부를 한 후 그리움의 자리에 평화가 깃드는 것을 느꼈다고 합니다.

흔히 홀로 된 남성의 말년은 역시 혼자가 된 여성에 비해 추레합니다. 왜 그럴까요? 저자는 조물주가 남성에게 한 점 모자라는 유전인자를 심어놓은 탓이라고 탄식합니다. 그렇게 모자라는 ‘노인 남성’이지만, 마지막 길은 존엄하게 여미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는 섭리에 따라 죽어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연명 치료를 하지 말라는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를 작성해뒀습니다.

알다시피, 2018년 2월부터 시행되는 웰다잉법은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인정한 것입니다. 회복 가능성이 없음에도 특수 장비에 의해 연명하는 환자에 대해 무의미한 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법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자식이 부모를 어떻게라도 연명시키는 것이 효도라는 관념이 남아 있는 탓이지요. ‘먼 친척 증후군’도 걸림돌입니다. 먼 친척들이 느닷없이 나타나 자식들에게 왜 끝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느냐고 비난해대는 것을 이겨내기란 쉽지 않지요.

저자는 “부모 세대가 열린 마음으로 자식들에게 존엄사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를 작성한 후 아들 부부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처음엔 대화를 꺼리던 아들과 며느리는 차츰 그의 뜻을 이해하고,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하게 됐다고 합니다.

이 책은 죽어야 할 때조차도 살기 위해 발버둥침으로써 삶의 품격을 망친 권력·금력자들의 사례를 생생히 전합니다. 저널리스트로서 그들의 모습을 관찰해 온 저자는 씁쓸한 느낌을 금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책의 마지막 장은 선각(先覺)을 행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의학도들에게 죽음 교육을 해 온 울산대의대 이정신, 유은실 교수의 메시지가 특별한 울림을 줍니다. 유 교수가 지난 2014년 선배들과 함께 펴낸 ‘의사들, 죽음을 말하다’를 읽은 적이 있는데, 주변 사람들에게 사 주고 싶은 책입니다. 최준식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집필한 ‘너무 늦기 전에 들어야 할 죽음학 강의’도 그런 책입니다.

장재선 문화부장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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