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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Global Focus 게재 일자 : 2017년 02월 10일(金)
美우선주의 몰아치는 ‘트럼프의 정치적 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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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선임고문

◇과격한 세계관, “우리는 전쟁 중” = 하지만 배넌이 규정한 본인은 ‘레닌주의자’다. 2013년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레닌은 국가를 파괴하기를 원했는데, 내 목표도 마찬가지로 모든 기득권층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선언한 것. 실제로 배넌은 급진적 보수세력인 티파티적 목표를 위해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무차별적으로 대중을 공략하는 레닌 전략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

그 바탕에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혐오, 월가의 탐욕에 대한 반발, 백인 노동계층·중산층 몰락에 대한 분노, 인종·성·종교차별적 세계관 등이 놓여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캠페인에서 쏟아놓은 인종·성차별적 발언 및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과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다.

특히 배넌의 세계관은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 암울하다. 허핑턴포스트에 따르면 배넌은 2009년 역사학자인 데이비드 카이저 당시 해군전쟁대 교수를 인터뷰한 자리에서 미국 역사가 3차례 위기를 겪었다고 주장하는 한 역사이론을 언급하면서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4번째 전환기에 들어섰으며 미국 혁명과 내전, 세계대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규모가 이번에는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배넌은 2011년 자유재건재단 연설에서도 “미국 역사에 4번째 대위기가 찾아왔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 때문에 배넌에게 지금은 투쟁의 시기다. ‘각자도생’ 시대에는 동맹 관계를 파기하고 적을 비판하며, 문화를 바꿔야 한다. “이슬람과 중국은 팽창주의를 내세우고 있으며, 유대·기독교 서구는 퇴보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급진 이슬람과는 100년 전쟁 중이며, 중국과는 5∼10년 내에 전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2016년 라디오 인터뷰).

당연히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한 자유무역·국제주의 질서는 유지될 수 없으며, 이 자리에는 신보수주의(네오콘)와 신고립주의가 묘하게 결합된 ‘미국 우선주의’가 들어앉아야 한다. 배넌이 지난 1월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정치질서 탄생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고 선언한 배경이자, 정권 초기에 급하게 반이민 행정명령이 발동된 이유다.

배넌은 경제적으로는 국수주의(nationalism)를 내세우고 있는데 △규제철폐 △인프라 건설 △법인세 인하 △보호주의 장벽 강화 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고 대니얼 드레즈너 터프츠대 플레처스쿨 교수는 분석했다. 또 가톨릭 신자인 배넌은 개혁적 성향이 강한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해서도 매우 부정적으로, 미국의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과 함께 프란치스코 교황에 반대하는 계획을 논의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보도했다.

◇반이민 역풍 이후에도 트럼프 ‘복심’ 지위 유지될까 = 트럼프 대통령은 배넌이 밀어붙인 반이민 행정명령 후폭풍에도 불구, 비판적 언론 보도에 “소설이자 가짜뉴스”라면서 배넌을 옹호하고 있다. 타임은 “양복과 넥타이도 안 갖추고 트럼프 집무실을 방문하는 유일한 인사가 배넌”이라고 평했다. “대선 캠페인 때 말한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귀를 붙잡은 배넌은 여전히 연설문 작성자인 스티븐 밀러 선임 정책고문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다. 배넌은 트럼프 대통령을 가장 먼저 지지한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의 보좌관이었던 밀러 고문과 2013년 이민법 개정안 반대를 함께 추진하면서 알게 됐고, 이 인연으로 트럼프 캠프와 연이 닿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백악관의 권력 암투는 반이민 행정명령 역풍 이후 이미 시작됐다는 것이 미국 언론들의 대체적 평가다. 당장 배넌에 밀렸던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책 및 소통 기능을 높여야 한다고 권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재러드 쿠슈너 선임 고문과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 등 잠잠했던 측근들이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국방부 제임스 매티스·국무부 렉스 틸러슨 장관도 자리에 익숙해지면 배넌과의 본격적인 정책 경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임기 초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정책 방향이나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높다. 백악관의 한 관계자는 의회 전문 매체 더 힐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나와야 할 타임 표지에 배넌이 나온 것을 기뻐할 리가 있겠느냐”면서 “배넌은 백악관에서 단 한 명(트럼프)에만 기대고 있는데, 그 한 명이 마음이 바뀌면 위험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 힐은 욕심 때문에 태양 가까이에서 날다가 밀랍 날개가 녹아 추락한 그리스 이카루스 신화에 빗대 “배넌이 태양 가까이에서 날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
e-mail 신보영 기자 / 국제부 / 차장 신보영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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