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特檢에서 모든 진실 밝힐 것”

특검, 재소환… 15일 영장 검토
재계 “기업 먼지떨기式 수사”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그룹이 ‘비선 실세’ 최순실(61) 씨 일가에 430억 원가량을 지원한 의혹과 관련, 뇌물공여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을 13일 오전 소환 조사했다. 이 부회장의 특검 출석은 지난달 12일 첫 소환 이후 32일 만이며,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로는 25일 만이다.

특검팀은 이날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2015년 7월 25일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이후 ‘대가’를 바라고 최 씨 측에 금전 지원을 한 혐의(뇌물공여) 등으로 오는 15일쯤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9시 26분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도착한 이 부회장은 기자들의 계속된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오늘도 모든 진실을 특검에서 성심 성의껏 말씀드리겠다”고 밝힌 뒤 곧바로 조사실로 향했다.

특검팀은 2015년 7월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과 독대한 이후, 삼성이 대가를 바라고 최 씨 일가에 430억 원가량을 지원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에게 뇌물죄를 적용하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있었던 같은 해 7월 17일이 아닌, 박 대통령과의 독대가 있었던 7월 25일을 청탁·지원의 ‘시발점’으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논리를 바탕으로 ‘최 씨에 대한 지원이 합병 대가였다고 보기엔 시간적 선후가 뒤집혀 있다’는 삼성의 주장을 깰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이날 이 부회장을 상대로 △순환출자 해소 특혜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과정 특혜 △정유라 씨에 대한 우회 지원 의혹 등을 집중 추궁했다.

재계에서는 청와대 압수수색과 박 대통령의 대면조사가 막히자 특검팀이 만만한 기업 수사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총수라고 해서 봐줘야 할 이유는 전혀 없지만, 군중 정서를 등에 업고 ‘이것 안 되면 저것’ 하는 식으로 먼지떨기 수사를 하는 것은 최순실과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막히자 만만한 기업인만 우선 족치겠다는 수사 편의적인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손기은·김리안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