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탄도미사일 도발>北, 美 경고 비웃듯 노골적 도발… 對北제재 트럼프의 선택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2일 플로리다주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일정을 마친 뒤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의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내리고 있다. AP연합뉴스

- IRBM 능력 과시한 北
트럼프 “北核 우선순위 높다”
발표 28시간만에 도발 감행
새 행정부 대북정책 기로에

韓 컨트롤타워 없어 대응 한계
16일 G20 외교장관회의 주목

북한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강경 대응 기류에도 불구하고 핵·미사일 도발을 지속할 것이라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한반도 일대에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북한이 핵탄두를 장착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실전 배치하는 시점이 앞당겨질 경우 한·미와 북·중이 충돌하는 ‘중대기로’도 예상보다 빨리 찾아올 수 있다.

북한은 13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새로운 전략무기체계’이자 ‘강위력한 핵전략무기’인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2’를 전날 성공적으로 시험 발사했다고 밝혔다. ‘핵탄두 장착 가능한 (미사일) 조종전투부’ ‘위력한 핵공격수단의 또 하나 탄생’이라는 표현이 포함된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강경 발언에도 불구하고 항구적 핵미사일 강국으로서 ‘우리 길을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평가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미사일 발사 준비사업을 현지에서 직접 지도하면서 ‘무려 이틀간에 걸쳐’ 기술진과 조립 현장에 머물렀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관련해 “우선순위가 매우 매우 높다”고 발표한 지 불과 28시간 만에 도발을 감행했다. 그간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윤곽이 잡힐 때까지 상황을 관망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오히려 트럼프 취임 3주 만에 맞불을 놓으며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에 관심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메시지 발신에 주력하면서 새로운 접근법을 구체화하려던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기로에 놓이게 됐다.

기존 제재·압박 접근법으로는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지 못한다는 명제가 기정사실이 되면서 한국 안보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정부와 군 당국은 한·미연합으로 4월쯤 대규모 ‘통합화력격멸훈련’을 실시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지만 북한의 의지가 불변하는 한 ‘엄포성 경고’에 그칠 공산이 크다. 특히 이번 미사일 시험 발사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위한 신호탄으로 분석되며 2월 16일 광명성절(김정일 생일) 또는 한·미 군사합동훈련 전후 ICBM 발사 가능성이 커졌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12일 ‘북극성-2’ 발사 관련 “결국 ICBM의 1단 추진체 실험으로, 이동 발사가 용이한 고체추진 ICBM 개발이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한국은 외교안보 컨트롤타워 붕괴로 이 같은 위기 상황에 적극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정치권이 조기 대선 국면에 휩쓸릴 수밖에 없어 북핵 해법을 두고 사분오열하는 것은 물론, 향후 정책 수립 과정에서도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등이 현실화될 경우 이로 인한 한·중 갈등을 어떻게 조율하고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어떻게 저지할지도 수장이 없는 한국 외교가 마주칠 과제다.

일단은 독일 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16~17일)와 뮌헨안보회의(17~19일) 등을 계기로 추진 중인 한·미, 한·일,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 신행정부 출범 후 첫 도발에 대해 트럼프 정부가 휘두르는 ‘방망이’의 속도와 폭을 가늠할 수 있는 상징적인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