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수사·헌재 탄핵심판>“靑 지시로 두 재단 설립됐지만 靑 지시로 檢에 밝히지 않았다”

전경련 팀장, 최순실 공판 증언

‘비선 실세’ 최순실(61) 씨의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증인들이 잇달아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청와대의 관계를 인정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또 국정농단 사건 재판이 시작된 후 이날 처음으로 청와대 관계자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13일 열린 최 씨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11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모(41) 전국경제인연합회 사회공헌팀장은 “청와대 지시로 두 재단이 설립되고 기금을 조성했지만 수사 초기 청와대의 지시로 검찰에선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동안 두 재단 이사장 등을 상대로 증인신문을 펼쳤던 검찰은 이날 전경련 실무자들과 청와대 관계자들을 상대로 재단을 만든 경위를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재단 설립 과정에서 최 씨의 역할을 확인한 만큼 청와대와 전경련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하게 된 배경과 최 씨의 비선 실세 역할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이 팀장에 대한 증인신문 후에는 이수영 전 청와대 행정관과 박찬호 전경련 전무를 상대로 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이날 최 씨 측 변호인은 지난 10일 고영태(41) 전 더블루K 이사와 그의 지인 김수현(37) 전 고원기획 대표 사이에 오간 녹음파일 목록 5건에 대한 열람·등사 신청을 했고, 검찰 측은 이를 수용했다. 해당 파일에는 고 씨가 K스포츠재단을 장악해 사익을 추구하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최 씨 측은 이를 공략할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녹음파일 안에는 최 씨 측의 사익 추구와 관련된 내용도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편 법원은 이날부터 오는 17일까지 매일 최 씨 등의 국정농단 사건 재판을 열고 사안을 신속하게 처리할 방침이다. 14일에는 최 씨와 안 전 수석에 대한 공판이 한 번 더 열리고 15일과 17일에는 각각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과 최 씨 조카딸 장시호 씨에 대한 공판이, 16일에는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 대한 공판이 열린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