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 대결 선동하는 정치인은 ‘대통령 資格’없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이 3월 초·중순 내려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찬반 시위가 급속히 격화하고 있다. 지난 11일 주말 집회에는 양측 모두 총력 동원에 나서면서 참가 인원이 늘고 구호도 격해졌다. 이대로 가면 헌재에 대한 겁박은 말할 것도 없고, 헌재 결정 이후의 극심한 대립도 명약관화하다. 정치인이라면, 특히 정치 지도자라면 이런 국민적 대결의 자제를 호소하고, 국회로 수렴하는 게 기본일 것이다. 그런데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11일 촛불 집회에 참석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탄핵 기각 결정 땐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나는 승복하지만 민심과 동떨어진 결론이 나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주엔 “촛불을 더 높이 들어야 할 때”라며 민주당 및 지지자들을 향해 사실상 ‘총동원령’을 내렸다. 또 얼마 전엔 “기각 땐 혁명”이라고도 했다. 이번에 문 전 대표가 ‘나는 승복’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예전 입장을 다소 순화하긴 했지만 국민 불복종은 부추기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헌재가 국민 뜻을 저버리고 기각하면 촛불 아니라 횃불을 들고라도 헌재를 상대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 측인 태극기 집회에 참석한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전 세계 역사에 유례없는 잔인무도한 짓을 하는 이 폭도들을 우리 태극기 힘으로 몰아내야 한다”며 촛불 집회 참석자를 ‘폭도’로 규정했다. 얼마 전만 해도 탄핵에 찬성했던 김 비대위원이 이제 와선 “태극기 혁명으로 민중 혁명을 부숴야 한다”고 자극적인 선동도 서슴지 않았다.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이면 헌법 수호와 국민 대단결을 호소해도 시원찮을 판이다. 말로만 국민화합, 국가통합을 주장할 게 아니라 그것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대통령의 가장 기본적인 자격(資格)이다. 불행히도 지난주 말 집회 불참을 선언한 안철수 의원을 제외하고는 그런 모습을 보기 힘들다.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민 대결을 조장하는 정치인에겐 ‘대통령’을 절대 맡겨선 안 된다. 그런 지도자가 이끄는 나라가 잘될 수 없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