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화합 외친 시상식 ‘소신 발언’ 화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미賞 ‘올해의 앨범’ 아델
경쟁자 비욘세 향해 “더 훌륭”

英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스톤
“분열의 시기에 사람들 달래”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정치 진영에 따른 대립의 파열음이 커져 가고 있는 시기에 미국과 영국의 음악·영화제에서 수상자들이 공존과 화합의 메시지를 던져 주목받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LA 스테이플센터와 영국 런던 로열앨버트홀에서 각각 열린 제59회 그래미어워즈와 제70회 영화아카데미시상식에서는 아델(왼쪽 사진)과 영화 ‘라라랜드’가 5관왕을 차지하며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 그들의 수상 못지않게 화제를 모은 것은 수상자들의 남다른 수상소감이었다.

아델은 ‘올해의 앨범상’을 받은 후 “나는 이 상을 받을 수 없다. 내게 많은 영감을 주고 원동력이 되는 비욘세의 ‘레모네이드(Lemonade)’가 기념비적 앨범”이라며 트로피를 반으로 쪼개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강력한 라이벌인 비욘세를 경쟁자가 아닌 음악의 동반자로 치켜세운 것이다.

아델의 수상 소감을 들으며 눈시울을 붉혔던 비욘세는 임신한 몸으로 무대에 올라 소수자와 여성 연대를 강조하는 노래 ‘포메션’을 부르며 화답했다.

비슷한 시각, 영국 영화아카데미시상식을 휩쓴 ‘라라랜드’의 여주인공으로 열연한 배우 에마 스톤(오른쪽)은 여우주연상을 받은 후 “우리는 창의성이 어떻게 국경을 넘어 사람들의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지 기억하기 위해 모였다”며 “이토록 분열된 시기에 이건 정말 특별한 일”이라고 현 세태를 겨냥한 의미있는 수상소감을 밝혔다.

이처럼 최근 잇따라 열린 세계적인 시상식에서는 수상자들의 소신 발언이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할리우드 명배우인 메릴 스트립은 지난 1월 열린 제74회 골든글로브에서 공로상을 받은 후 “무례는 무례를 부르고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 권력자가 지위를 남용해 남을 괴롭히면 우리 모두가 패자가 된다”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격적 언행에 대해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갈등과 대립, 반목을 조장하는 정치 권력을 향해 평등과 평화, 화합을 강조하는 문화 권력이 반격한 셈이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