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계약서 안썼다가 임금 떼인 알바청소년들 ‘속앓이’

PC방·편의점 고용주들
“알아서 줄테니 걱정말라”
증거자료 없어 항의 못해

방학 기간 용돈 벌이에 나선 청소년들이 PC방이나 음식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고용주가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고, 임금을 제때 주지 않는 등 법규 위반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부당행위를 당하면서도 증거자료가 없어 제대로 항의하지 못하고 ‘속앓이’만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PC방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한 황모(19) 군은 근무한 시간에 해당하는 급료보다 15만 원이 적은 돈을 받았다. 황 군은 “돈을 적게 받은 것 같다”고 말했지만, 고용주는 “다음 근무자가 늦거나 특별한 사정에서 발생한 초과근무까지 다 정산할 수는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황 군은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초과근무를 했을 경우 받기로 한 금액 등을 입증할 수 없어 법적 보호를 받기 힘든 상황이다.

강모(17) 양은 1월 서울 관악구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강 양은 아르바이트 시작 전 근로계약서를 써야지 않냐고 물었지만, 사장은 “이전 학생들도 근로계약서 없이 해왔고, 괜히 복잡해지기만 하니까 그냥 근무해도 된다”며 “일한 만큼 임금을 챙겨주니 일부터 시작하라”고 재촉했다. 그러나 부모의 반대로 2주 만에 일을 그만둔 강 양은 14일까지도 임금을 한푼도 받지 못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근로자를 고용하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돼 있다. 하지만 청소년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업주들은 “청소년들은 중간에 그만두는 경우도 많아 수시로 사람이 바뀌는데, 모든 아르바이트생에게 매번 근로계약서를 써주라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염동열(자유한국당·구 새누리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방학 기간 청소년 근로 권익보호 점검자료’에 따르면, 2012∼2016년 청소년을 고용한 2683개 업소 중 792곳에서 1622건의 노동법규 위반 행위가 적발됐다. ‘근로계약 미작성 및 근로조건 명시 위반’이 622건(38%)으로 가장 많았고, ‘최저임금 미고지’ 322건(20%), ‘최저임금법 위반’ 158건(10%) 등 순이었다.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