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단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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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 논설위원

사투리란 어느 한 지방에서만 쓰는, 표준어가 아닌 말로 사전은 풀이한다. 곧, 어떤 지역민이나 어떤 부류의 사람끼리만 쓰는 말이다. 하지만 사투리에는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눈물과 웃음과 사랑과 염려와 배려 같은 정감은 물론 작은 역사가 녹아 있기도 하다. 사투리는, 대체로 학교에서 규범 언어를 배우지 못한 지역 사람들의 말로 분류된다. 그 점에서, 학교에서 규범 언어를 배웠고 서울 토박이 말씨와는 약간의 차이를 보이지만 의사소통에 장애가 없는 일상어와 구별된다. 사투리는 글말이 아니라 입말이다. “가마이 있는 아를 와 그라노?”(가만히 잘 있는 아이를 왜 그렇게 못살게 하느냐?)처럼 특정 지역 사람들만 알아들을 수 있는 방언의 일부다.

전라도에는 ‘닥드리하다’(일을 하기 쉽도록 미리 준비하다), ‘삿참하다’(아슬아슬하다, 잔재주를 부리다), ‘지둘려’(기다려) 같은 사투리가 있다. 또, 충청도 지역에는 ‘씰다리읍다’와 ‘개갈도 안 나다’는 말이 쓰인다. 쓸데없다, 맺고 끊음이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경상도 사투리 중에는 ‘에나가?’(진짜야?)와 ‘단디’(단단히)가 유명하다. 에나가와 쓰임이 다른 ‘에나’의 경우 경상도와 전라도 일부 지역에서, 옛다·아나의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에나에 비해 ‘단디’는 경상도 전역에서 쓰는 사투리다. 부사로도 쓰이지만 ‘-하다’가 붙은 동사적 용법으로 많이 쓰인다. 그 의미는 매우 깊고 넓다. 일을 틀림없이, 야무지게 하다가 일반적인 쓰임이다. 그리고 확실히, 찬찬히·꼼꼼하게 하다는 뜻도 있다. 그밖에 쓰임이 있으니, 특별히 신경 써서 조심히 하다거나 사고 없게／무탈하게 잘 하다는 용도가 그것이다. 단디하다는 ‘그냥 단단히 하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러니 이 말을 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 주로, 웃어른이거나 적어도 동렬일 때 아랫사람이나 동료에게 사용하는 까닭이다. 반대로 사용하게 되면 건방져 보이거나 무례하게 비칠 수 있다. 경륜 있는 사람이, 철없는 사람이나 약관의 인사에게 충고나 염려·배려의 마음을 담아서 하거나, 안전을 당부하는 ‘해라’체의 말이기 때문이다. 대충대충, 건성건성 또는 적당히 하다와 정반대되는 말이 ‘단디하다’이다.

지난주 안철수 의원이 학창 시절을 보낸 부산에서 ‘단디하겠습니다’ 하고 다짐했다. 그 목적어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