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大選주자들, ‘헌재 승복’ 선언하고 집회 자제 요청해야

여야 4당 원내대표가 13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어떤 결론을 내리든 승복하기로 ‘구두 합의’를 했다고 한다. 민주국가의 정당으로서 당연한 입장이지만, 그래도 대선 주자들까지 찬반 길거리 시위에 나서고 양측 대치가 갈수록 격화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실효성을 담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심지어 겉으로 이런 식으로 대충 얼버무리고 뒤에서는 시위를 부추기는 행태까지 보여 진정성 자체도 의문시된다.

헌재 결정일이 임박할수록 촛불·태극기 집회는 과격해질 것이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한쪽은 승복하지 않을 분위기다. 이런 전망은 시위를 거듭할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11일 시위에 이어 오는 18일, 박 대통령 취임 4주년이 되는 25일, 그리고 3·1절 등 양측이 총동원에 나선 시위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탄핵 찬반에 앞서 이정미 헌재 소장 대행이 퇴임하는 3월 13일 이전에 결론을 내라는 요구와, 시간을 갖고 신중히 심리해야 한다는 요구부터 맞붙어 있다. 박 대통령 측이 시간 끌기에 나선 듯한 모습을 보이고, 온갖 괴담이 퍼지면서 분위기는 더 흉흉해지는 양상이다.

이대로 가면 기각이든 인용이든 탄핵 결정 이후엔 더 심각한 양상이 빚어진다. 각 정당은 물론, 실질적 영향력을 가진 대선 주자들이 공동으로, 그것이 어렵다면 각자 공개적으로 명확한 입장을 밝히는 일이 급하다. 늦어질수록 대립도 후유증도 커질 것이다. “기각 땐 혁명”이라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나는 승복한다”고 물러섰지만, “기각 땐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토를 달았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헌재를 상대로 싸워야 한다”고 부추겼다. 이래선 안 된다. 대선 주자들도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양측 집회에 대해서도 자제를 요청하는 것이 나라를 걱정하는 기본적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