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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His Story 게재 일자 : 2017년 02월 15일(水)
“탄핵은 ‘조선 당쟁 再版’… 소추장에도 朴 고의적 잘못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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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평우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1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호텔 커피숍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탄핵을 탄핵한다’ 출간 김평우 前 변협회장

궁금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논의가 시작될 때부터 국회 등 정치권, 헌법재판소, 언론, 검찰과 특별검사 등 대상을 가리지 않고 독설에 가까운 비판을 쏟아내며 박 대통령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이유가 뭘까 싶었다. 미국에 머물다 급거 귀국해 태극기집회에까지 참석한 이유도 궁금했다. 촛불집회의 거대한 흐름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것이라 여겨질 때 나서서 “촛불은 시민혁명이 아니라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하는 배경도 묻고 싶었다.

많은 궁금증에 지난주 김평우(72)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지 1주일이 지난 14일, 김 전 회장을 서울 강남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만날 수 있었다. 점퍼에 모자를 눌러쓴 김 전 회장은 “미국에서 태극기집회를 보고 있으니 눈물이 났다”며 “도대체 지식인들은 다 어디 가고 가장 힘든 분들이 추운 날씨에 저러고 있나 싶어서 나라도 힘을 보태야 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2011년 변협 회장 임기를 마친 뒤 미국으로 건너가 로스앤젤레스(LA)에 체류 중이던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 초부터 그의 설명대로 “침묵하면 안 된다 싶어 독립운동하는 심정으로 매일같이” ‘조갑제닷컴’에 글을 쓰다가 아예 1월 29일 귀국했다. 탄핵 반대 움직임에 적극 동참하기 위해서다. 원로 법조인들의 고언을 모아 문화일보 등에 의견 광고를 개진하고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법조인들을 추가로 규합하는 한편, 그간 썼던 글을 모아 ‘탄핵을 탄핵한다’는 책도 냈다. 출판기념회는 전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350석의 강연장을 가득 채운 백발의 정장 신사들을 향해 김 전 회장은 “조선시대에 상대방 당파를 죽일 때 썼던 단어가 바로 국정농단”이라며 “가만히 분석해보니 소위 진보 좌파라는 파가 보수 우파라는 파를 죽이려는 것으로 조선에서 일어났던 당쟁의 재판”이라고 주장했다.

이날도 인터뷰 자리에 앉자마자 “언론의 생명은 균형 있는 보도인데 왜 양쪽을 보도하지 않느냐”고 대뜸 언론을 비판한 김 전 회장은 “내가 글을 써도, 그 글이 국민에게 전달되지 않는다고 느꼈다”며 귀국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탄핵 재판이 굉장히 급박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나도 한국에 들어가서 의견을 좀 더 신속하게 발표해야겠다. 법조인들의 의견을 좀 더 많이 반영할 수 있는 그런 역할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무엇보다 태극기집회에 나오신 분들을 보니까 ‘대한민국에서 가장 못살고 나이 들고 직업도 없고, 그런 분들이 추운 날씨에 집회를 하는데, 나만 잘 먹고 잘살면서 LA에 있을 수 있겠나. 아니다, 나도 저 사람들과 같이 고통을 나눠야겠다’는 순수한 마음에서 귀국했다”고 설명했다.

언론의 논조, 탄핵 인용을 주장하는 측의 법리 등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지만 “잘 모른다”고 말을 아끼던 김 전 회장은 인터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자 작심한 듯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탄핵 절차에 대해서는 기가 찬다는 듯 “문제 정도가 아니다. 말이 안 되는 탄핵 절차다”라고 잘라 말했다. 잠시 생각을 가다듬은 김 전 회장은 “오늘날 특검이나 법원이나 수많은 법조인, 학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법치주의의 중대한 기본 원칙이 하나 있다”며 “신이 아닌 인간이 다른 사람의 죄와 허물을 처벌하려면 그 잘못에 고의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 고의로 잘못을 저질러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탄핵소추장에 박 대통령의 고의적인 범죄는 하나도 없다”며 “법치주의는 고의적 행동만 처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세월호 7시간’ 행적이 탄핵소추안에 포함된 것에 대해 김 전 회장은 “한마디로 죄가 아닌데 비난하는 것이고 남의 허물을 잡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전 회장은 “지금 국회의원들이 정치적 탄핵을 하겠다고 하면 국회의원 300명 전부가 세월호 사건 후 7시간 동안 자기는 뭘 했는지, 같이 진술서를 써내고, ‘난 도덕적으로 인간적으로 아무 허물도 없고 잘못도 없다. 그런데 왜 너(박 대통령)만 잘못이 있느냐’고 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세월호 피해자의 생명을 구해야 할 정치적 책임은 대통령뿐만 아니라 정치권 모두에게 있다”며 “세월호와 관련해서는 박 대통령에게 법적 책임뿐 아니라 정치적 책임도 물을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내 말에 틀린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는 김 전 회장은 잠시 숨을 고른 뒤 “뇌물죄도 고의범만 처벌하는데 박 대통령이 돈을 빼먹기 위해 미르·K스포츠재단을 만들었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단에 기부한 대기업들도 이걸 박 대통령이 가져갈 걸로 생각하고 준 게 아니다”면서 “과실뇌물죄라는 말이 없듯 과실도, 고의도 없는데 책임져야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회장은 “대한민국에서 법률 교과서, 형법 책 한 번 읽어본 사람이면 내 의견이 맞는다는 걸 분명히 알 것”이라며 “탄핵을 추진하는 측이 도대체 어떤 이론을 갖고 있는지 굉장히 궁금하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의 날 선 비판은 헌재로 옮아갔다. ‘일반적으로 헌재는 법률적 판단 외에 정치적 고려도 한다거나 혹은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묻자 김 전 회장은 “평생 법밖에 모르고 살아온 사람들에게 정치재판을 해달라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회장은 “헌재가 지금 1주일에 두 번씩 변론기일을 열고 있다”며 “이것은 신속이 아니라 졸속, 명백한 졸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증인신문을 하면 재판관이 그 신문 내용을 다 이해하고 그래서 어느 것이 맞고 그른지 다 비교해야 한다”며 “그게 어떻게 하루 이틀 만에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는지, 제대로 증인신문을 하고 있는지 우선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동서고금에 이렇게 헌법재판을 한 역사가 있는지,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박 대통령의 탄핵 사유는 13개나 되고 노무현 전 대통령 때와 달리 뇌물죄·강요죄 등의 파렴치한 사유들”이라며 “문제는 탄핵 내용이 과연 진실이냐, 아니냐”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회는 탄핵소추장에 증거자료로 신문 보도와 검사의 기소장을 내놓았는데, 어느 것 하나 법정에 내놓을 수 있는 증거가 아니다”며 “전부 증인을 불러서 조사해야 하므로 일반 형사 사건이라면 몇 년도 걸릴 사건”이라고 말했다.

헌재가 3월 13일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의 퇴임 전에 탄핵심판 문제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일단의 주장에 이르러서는 김 전 회장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그는 “탄핵이라는 건 헌법재판 사건 중 위헌법률 심판보다 더 중요한, 원래는 100년에 한 번 날까 말까 한 사건인데 우리나라만 노 전 대통령 탄핵에 이어 12년 만에 두 번씩 하니 부끄러운 일”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그는 “국가의 운명이 좌우되는 사건을 9명의 재판관이 결정하지 않으면 그 자체가 법률적 하자가 된다”며 “그 경우 판결이 어떻게 나든 승복이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8명으로 결정을 내리면, 그 헌재가 앞으로 존재할 수 있을까, 참 위험한 짓을 하는 것”이라며 “헌재가 먼저 나서서 후임자를 보충해 달라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요청서를 냈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박한철 전 헌재 소장의 1월 31일 퇴임, 이 소장 권한대행의 3월 13일 퇴임은 이미 다 확정된 사실”이라며 “인사청문 절차 등을 감안해 진작에 빨리 후임 인선에 나서달라고 요청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김 전 회장은 “황 권한대행, 양 대법원장도 빨리 후임 인선에 나서야 했다”며 “대통령 권한대행, 대법원, 헌재가 이걸 전부 안 하고 있는 것이야말로 헌법상 직무유기이자 탄핵 사유다. 자기들이 탄핵 사유를 저지르며 어떻게 탄핵심판을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도대체 왜 이 대행 퇴임 일자가 판결시한이 되는 거냐”며 “이 나라가 미친 것 아니냐, 제정신이냐”고 거친 표현도 쏟아냈다. 김 전 회장은 “이 대행의 퇴임 일자가 선고 시점이 된다는 것은 이 대행이 탄핵을 인용하는 입장에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라며 “재판관이 이러한 의심을 받았을 때는 해명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그대로 재판하면 중대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대행에 대해 “법관으로서 그렇게 의심받으며 재판을 강행할 이유가 뭔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며 “지금쯤이면 국민의 오해를 풀 수 있는 확실한 태도 표명이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달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김 전 회장은 “이 대행이 ‘내가 퇴임하기 전 판결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며 침묵을 지키고 있다”며 “자칫했다간 침묵이 공범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도 김 전 회장의 거친 비판을 피해갈 수 없었다. 김 전 회장은 “특검이 하는 걸 보면 ‘대한민국이 망할 때가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는 무시무시한 말로 특검 수사에 대한 혹평을 시작했다. 그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했는데 이 역시 앞서 말한 고의가 있어야 한다”며 “남용이 고의적 남용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남용인지 아닌지도 재판해 봐야 하는데, 재판할 필요도 없이 명백한 것은 김 전 실장, 조 전 장관이 고의로 남용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라며 “박영수 특검이 고의남용이라고 하면 남용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회장은 “미국은 범죄의 고의성을 검사가 입증해야 하는데, 선례 즉 과거에 같은 사례로 처벌된 선례가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선례가 없으면 증거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의 단호한 설명에 딴지 아닌 딴지를 걸어봤다. 모두 수십 년 경력의 법조인들인 대통령 탄핵소추위원, 헌재 재판관, 특검, 판사들이 하나같이 기본적인 법치주의의 원칙을 훼손하고 있는지 물었다. 즉각 돌아온 대답은 “난 이 사람들이 모른다고 생각 안 해요”였다.

다시 물었다. “그 사람들에게 물어보라”던 김 전 회장은 잠깐 말을 멈췄다가 “저같이 나이 든 사람 눈에는 선례가 없어서 고의범이 아닌 게 뻔한데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그게 또 발부된다. 다 뭔가 사심이 있는 것 아니겠느냐. 눈이 다 먼 것”이라고 답했다. 곰곰이 생각을 가다듬은 김 전 회장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건 두 가지”라며 “첫 번째는 법률을 제대로 몰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률에 대한 기본, 기초상식이 없다”며 “법학을 가르칠 때 기본 원리를 가르치지 않고 조문만 가르친 우리나라 법학 교육의 실패”라고 지적했다. 가만히 듣고 있자 김 전 회장은 “범죄는 고의가 있어야 성립된다는 총론 조항을 망각한 것”이라며 “이분들은 각론만 봐서 법률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를 망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전 회장은 “그게 아니라면, 알면서 그런 것이라면 큰 죄인들, 용서받지 못할 죄인들”이라며 “자기의 권한을 갖고 나라를 망치려 한 반역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어떤 정치적 목적에서 그런 일을 한다면 그건 국가 질서, 헌법 질서에 대한 도전이기 때문에 반역 행위도 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제발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차라리 무식해서 그런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뭐가 반역 행위인지 구체적인 설명은 듣지 못했다. 다만 그는 ‘탄핵을 탄핵한다’라는 책에서 “이번 탄핵은 박 대통령 개인에 대한 탄핵이 아니다”라며 “자유·민주·법치를 국시로 한 대한민국 헌법을 민주·민족·민중의 삼민주의, 즉 김일성의 주체사상으로 바꾸려는 대한민국 뒤집기 반역 운동의 한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날 선 비판은 ‘촛불’에도 예외가 없었다. 그는 “선량한 많은 젊은이가 낡은 시대적 가치관에 사로잡혀 있다는 게 통탄스럽다”며 “공부하고 좀 더 눈을 뜨고 세계를 봐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정됐던 시간보다 인터뷰를 빨리 마무리 짓고 바삐 다음 일정을 위해 떠났다. 지난 9일 냈던 원로 법조인의 의견 광고에 공감하는 법조인들의 서명을 받기 위해서였다. 탄핵 시계가 빠르게 움직일수록 김 전 회장의 행보도 빨라지는 듯했다. 그의 주장에 전부 동의할 수는 없었고, 일부 주장은 사실관계를 오인하거나 과도한 해석이 덧붙여지기도 했다. 하지만 원로 법조인이 평생 가져온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진정성은 의심할 수 없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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