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단발·짧은치마 용의자 CCTV 포착… 여행객 차림으로 급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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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 경찰 ‘女2인조’ 추적

흰색 티셔츠에 크로스백 착용
택시로 유유히 공항 빠져나가

구하기 쉽지않은 치명적 물질
고도의 교육받은 공작원 추정

제3국으로 도피했을 가능성
극단상황 몰릴땐 자살할수도

“美, 北요원에 암살 강한 믿음”
北은 관련 공식반응 아직없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2(KLIA2)에서 김정남을 독살한 여성 2인조 암살자(킬러)의 얼굴이 현장 CCTV에 포착되면서 말레이시아가 신원 분석 및 행적 추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말레이시아 현지 매체가 공개한 공항 CCTV 영상에는 용의자로 추정되는 한 여성의 모습이 담기기도 했다.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은 15일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서 용의자 2인조가 택시를 타고 도주했으며 아직 탈출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고했지만 여전히 행방은 오리무중이어서 제3국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5일 현지매체 더스타가 공개한 공항 CCTV 영상에는 김정남 피살사건의 용의자로 추정되는 단발머리 여성의 모습이 담겼다. 흰색 긴소매 티셔츠와 짧은 하의를 입은 이 여성은 작은 크로스 백을 메고 공항 밖에 서서 뭔가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여성을 포함한 2인조는 지난 13일 인파가 붐비는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을 급습한 후 유유히 공항을 빠져나가 택시를 타고 도주했다고 복수의 정부 소식통은 전했다.

말레이시아 수사당국은 이러한 CCTV 기록을 중심으로 경찰력을 총동원해 용의자의 동선을 파악하고 있는 단계라고 관계자는 밝혔다. 2인조는 공개된 장소에서 쉽게 구하기 어려운 치명적 독성 물질로 표적인 김정남을 암살했다는 점에서 북한 정찰총국 등에서 사전에 고도의 교육을 받은 공작원일 것으로 대북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정남이 공격을 받은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2 터미널은 입출국자가 모두 이용하는 장소로, 이들이 입국장을 빠져나가 쿠알라룸푸르 시내로 향했을 가능성과 범행 당일 소란스러운 틈을 타 인근 국가로 출국했을 가능성 모두 남아 있다. 사건 발생 하루가 지나도록 2인조의 소재지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인근 싱가포르와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으로 도피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들이 해외로 도피했을 경우 사실상 당국의 사법 협력을 받아 체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는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규탄에 동참하기는 했지만 전통적으로 친북 성향으로 분류되던 국가들이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이들이 제3국으로 도피했을 경우 ‘김철’이라는 가명이 적힌 여권을 사용했던 김정남처럼 차명 여권을 이용해 신원조회를 피하려 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여성 2인조가 말레이시아에 남아 있다면 공항 인근 CCTV 기록 등을 토대로 동선을 추적할 수 있다. 하지만 철저하게 공작교육을 받은 킬러라면 극단적인 상황에 몰릴 경우 신분 노출을 우려해 자살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여성 2인조 킬러는 공항에서의 1차 독살시도의 실패 가능성에 대비해 독약 스프레이와 독침, 독약 캡슐 등 여러 종류의 위험물질을 소지하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1987년 발생한 대한항공 KAL기 폭파 사건의 여성 용의자인 김현희도 사건 직후 붙잡히자 독약이 든 앰풀을 깨물어 음독자살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바 있다.

김정남 피살에 대한 현지 수사가 진척되지 않고 있지만, 미국 등은 이번 사건의 배후를 북한으로 여기고 있다. 로이터는 14일 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는 북한 요원들이 김정남을 살해한 것으로 강하게 믿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공식 매체는 15일 오전까지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이번 사건에 대해 공식수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은 데다 사망 경위와 시신 부검 결과 등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은 시점에 섣부른 대응에 나섰다가 오히려 화를 키울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편 중국군이 김정남 피살 사건 이후 북한 내 돌발상황에 대비해 북·중 접경지역에 병력을 증파했다고 홍콩 동망(東網)이 15일 보도했다. 홍콩의 중국인권민주화운동정보센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군이 김정남 피살 소식이 전해진 14일 저녁부터 15일 새벽까지 북·중 접경의 일선 초소에 1000명의 병력을 추가 배치했다고 밝혔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