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中, 사드배치 거론되던 작년 3월 ‘김정남 밀착경호’ 중단

‘北-中 밀월’ 제기된 시점부터
혼자 신변보호하는 처지 전락

최근 ‘망명 시도’ 언론 보도에
김정은이 격분했을 가능성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으로 ‘비운의 황태자’로 불렸던 김정남을 적극 보호해 왔던 중국 정부가 지난해 3월 김정남 밀착경호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경호가 약화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 프로그램 중단 시점은 한·미 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가 거론되면서 북·중 밀월 관계가 형성된 시기여서 중국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의식한 조치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대북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남의 보호요청으로 밀착 경호를 제공했던 중국은 지난 2016년 3월부터 경호 프로그램을 중단하면서 경호가 약화됐다. 이때부터 김정남은 스스로 신변보호를 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이와 관련, 국내 또 다른 정보 관계자도 “북·중 관계가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계기로 밀월 관계로 바뀌면서 중국 정부가 북한 당국의 ‘김정남 보호 중지’ 요청을 수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오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 모습을 드러낸 김정남 주변에도 경호원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남과 생전 자주 만났다는 말레이시아 거주 한인은 “(김정남이) 매번 (중국에서 보내준) 경호원들과 함께 있었는데 이번 사고 때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에서 밝혔다. RFA는 “이 한인은 김정남에게 ‘불안해하며 살지 말고 남한으로 가라, 한국 정부에서 보호해줄 것이다’라고 말했지만 (김정남이) 씩 웃기만 하고 반응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정남 피살 보도 직후 중국 베이징(北京)의 반응은 당황과 곤혹스러움이 교차되는 분위기였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은 김정일의 후계구도가 명확하지 않을 때 김정은의 대안으로 김정남을 생각한 적이 있다”며 “이후 김정남을 특별관리했으며, 김정은이 후계를 계승한 뒤에도 사실상 김정남의 안전을 책임져 왔다”고 전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원 북한통일연구실장은 “북한의 김정남 암살은 최근 국내의 한 언론이 2012년 김정남 한국 망명 시도설을 보도한 것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며 “김정은이 그 보도를 보고 격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남 피살 이틀 전인 지난 11일 주간경향은 ‘박근혜 유럽코리아재단 대북 비선은 김정남이었다’는 제목으로 2005년 9월 17일부터 2006년 3월 31일까지 김정남과 유럽코리아재단(소장 장 자크 그로하) 핵심 관계자들 사이에 22회 정도 메일이 오갔다고 보도했다. 김정남이 보낸 메일(2005년 12월 1일)에는 (2013년 12월 김정은에 의해 처형당한) 고모부 장성택에게 한복을 지어드리고 싶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정 실장은 “이번 김정남의 피살에는 북한의 정찰총국이 직접 관여한 것으로 판단되며 그동안 북한 정찰총국이 김정남 감시를 맡아왔고 정찰총국은 요인 암살에 관여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