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공소들 떠난 자리, 순수 예술 꽃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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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등포구 ‘문래창작촌’ 가보니

160개 공간서 300여명 활동
회화·조각·시낭송… 도시재생

“홍대 주변이 팔고 보여주기 위주의 상업성이 강한 곳이라면 여기는 순수 작품활동 공간이에요.”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3가 일대의 ‘문래예술창작촌(사진)’에서 만난 예술가들은 한결같은 목소리를 냈다.

‘못 만드는 것이 없다’는 명성을 쌓으며 산업화시대의 큰 축을 담당한 문래동3가 54~56번지 일대. 최근에는 2~4가 일대까지의 철공소촌에 미술, 음악, 공연 분야의 예술가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이제는 철강과 예술이 혼재된,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독특한 마을로 변해가고 있다. 여기서는 지난해 10월 말 현재 160여 개 공간에서 300여 명의 예술가가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회화, 조각 같은 미술은 물론 헤비메탈 공연, 시낭송과 인문학 강의 등 장르도 다양하다.

창작촌 곳곳에 커다란 용접면, 못 빼는 망치 등 8개의 조형물이 설치돼 있어 이곳이 예술촌임을 직감케 한다. 공연기획과 함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이승혁(35) 대표는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예술에도 관심이 많게 마련인데, 여기가 여행자들에게 안성맞춤”이라고 자랑했다. 또 목공방 창작활동과 함께 수제 맥주 카페를 운영하는 목수 최문정(여·38) 대표는 “폐공장 지역에 예술가들이 들어가 성공한 적은 있지만, 철강산업단지에 예술가들이 섞여 있는 곳은 여기가 유일하다”며 “여기서는 치열한 작품활동이 이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관할 영등포구에서도 이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나섰다. ‘올래?문래!’라는 관광사업과 창작활동비 지원, 창작촌 커뮤니티 활성화 등을 위해 예술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지역재생의 방향과 방법을 함께 고민해가고 있는 것. 그러나 이곳에 시나브로 몰려들기 시작한 상업화의 물결 속에서 ‘예술창작’이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지, 방문객들의 발걸음에 안타까움을 얹는 곳이기도 했다.

김윤림 기자 best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