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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윤석진 교수의 드라마 세상 게재 일자 : 2017년 02월 15일(水)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폭정의 시대가 만든 민중영웅 홍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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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民心)을 거스르는 자는 반드시 망한다. 대의 민주주의 정치 체제에서는 물론이고, 왕조시대에도 통했던 절대 진리이다. 교수신문에서 2016년을 결산하는 사자성어로 순자(苟子) 왕제(王制) 편에 나오는 ‘군주민수(君舟民水)’를 선정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백성은 물, 임금은 배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 MBC 월화특별기획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이 시청자의 이목을 사로잡는 것도 이러한 정치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이 드라마는 잘 알려진 허균의 소설 ‘홍길동전’의 홍길동이 아니라 1500년 가을에 의금부 위관이 임금에게 잡았다고 보고한 강도 홍길동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민중사극이다. 대대로 내려가면서 남의 종을 하는 ‘씨종’ 아모개(김상중)의 아들이자 아기장수로 태어난 역사(力士) 홍길동(이로운·윤균상)의 영웅적 면모를 담고 있다. 위정자는 강도라고 하지만 민중은 그를 영웅으로 추앙한다. 임금으로부터 ‘백성을 훔친 도적’이라는, 그래서 ‘역적’이 될 수밖에 없는 의미의 제목이 불손하게 느껴지지 않는 까닭이다.

홍길동은 자신의 비범한 능력을 모른 척하며 여색을 밝히는 방물장수로 세상을 떠돈다. 타고난 능력을 외면하고 평범하게 살던 그는 ‘능상 척결’의 광풍 속에서 역사의 운명을 자각한다. 그리고 평생 자신을 압도했던 아모개의 아들이라는 족쇄를 넘어 굶주린 자들의 형제, 힘없는 자들의 동아줄이자 구원자, 조선 최초의 혁명가이자 반체제 운동가가 된다.

홍길동이 살았던 시대의 임금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업신여긴다는 ‘능상’을 가장 두려워하다가 ‘능상 척결’의 광풍을 일으킨 연산군(김지석)이었다. 그 시절 연산군은 자신과 자신의 아버지와, 자신에게 속한 것들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여기는 자들을 ‘능상’이란 죄목을 붙여 처벌했다. 저잣거리에는 임금이 어머니 폐비 윤 씨의 죽음으로 인한 원한에 파묻혀 백성을 돌보지 않는다는 분노가 들끓었다. 이러한 연산군의 폭정이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홍길동을 일깨운 것이다.

드라마 도입부는 길동이가 역사라는 것을 알게 된 아모개가 어린 아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 면천(免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밀무역에 뛰어든 아모개는 타고난 상술을 발휘해 재산을 모은다. 하지만 면천 직전 아모개에게 숨겨 놓은 재산이 많다는 것을 눈치챈 주인 조참봉 부인 박 씨(서이숙) 때문에 아모개의 부인이자 길동의 어머니가 죽게 된다. 분노를 참지 못한 아모개가 조참봉을 죽이는데 이 장면은 나중에 어린 길동이 박 씨의 계략에 넘어가지 않고 당차게 대응하는 상황에서 다시 한 번 강조된다. 아버지와 아들의 운명이 다르지 않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연출이다.

방물장수가 돼 세상을 떠돌던 홍길동이 임금을 자신의 남자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품은 장녹수(이하늬)와 그녀의 몸종 가령(채수빈)을 만나면서 사건이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선택받지 못한 백성이 화내는 법을 잊어가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는 민심이 곧 천심임을 극적으로 입증한다. 씨종의 자식임에도 민심을 사로잡은 홍길동과 임금임에도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한 연산군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 민심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 지도자의 첫 번째 덕목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봉건시대 홍길동이 임금으로부터 백성을 훔칠 수 있었던 비법은 대의 민주주의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충남대 교수·드라마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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