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수익 ‘빛과 그림자’… 低금리에 깜짝 실적… 수수료 등 쉬운 돈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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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인력감축에도 수익성↓
국내은행 ROE 2.08% 최저치
또다른 경영지표 ROA도 바닥
질적성장 제자리 걸음 지적도

은행들이 지난해 저(低)금리 상황에서도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올렸지만, 질적 성장은 제자리 걸음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규모 인력 감축에도 수익성은 오히려 떨어지고, 새로운 먹거리 창출보다는 수수료 신설 등 손쉬운 돈벌이만 꾀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은행의 ‘실적 잔치’의 어두운 단면인 셈이다.

16일 은행권과 금융연구원 등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말 현재 국내은행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8%로, 최근 10년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ROE는 투입한 자본이 얼마만큼 이익을 냈느냐를 나타내는 지표다. 지난 2006년 14.64%에 달했던 ROE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5.76%까지 떨어졌다가 잠시 상승세를 타더니 2%대로 추락했다. 또 다른 경영성과 지표인 총자산이익률(ROA·총자산 대비 당기순이익)도 바닥 수준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5년 국내은행의 ROA는 0.16%에 그쳤다.

지난해 9643억 원의 실적을 올린 KB국민은행은 ROA, ROE가 2015년에 비해 각각 0.06%포인트, 0.57%포인트 하락한 0.32%, 4.17%를 기록했다. 지난해 ‘실적 1위’로 1조8475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린 신한은행은 지난해 ROA가 전년보다 0.15%포인트 상승한 0.64%를 기록했다. 하지만 5년 전인 2011년(0.73%)과 비교해보면 여전히 낮은 수치다.

경영 효율화 및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단행한 인력 감축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은행의 임직원 수는 2015년 11만6773명으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다. 점포 수도 지난해 225개가 통폐합되는 등 대부분 은행이 ‘규모 다이어트’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성과주의 도입이 지연되면서 인력·점포 감축에도 불구하고 조직 생산성 향상은 별 진전이 없다.

비이자 이익을 늘려 수익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도 말뿐이다. 지난해 은행의 대출이자 의존도는 80%에 달했다. 비이자 이익 제고를 위한 노력은 손쉽게 고객 호주머니를 ‘터는’ 대고객 서비스 수수료 인상에 그치고 있다. 씨티은행은 오는 3월부터 잔액 1000만 원 이하 계좌에 월 3000~5000원의 계좌유지 수수료를 부과할 예정이며, KB국민은행은 창구이용 수수료를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들이 안정적이면서 장기적인 수익원이 필요하단 이유로 수수료 확대를 꾀하고 있으나 경쟁사보다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경쟁하고 이익을 내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