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朴대통령-최순실 하루 3회 차명폰 통화, 全貌(전모) 밝혀야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가 지난해에도 하루 세 차례 꼴로 차명폰을 이용해 통화했다는 주장은, 사실이라면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 여부를 넘어서는 매우 중대한 일이다. 그 자체로 불법임은 물론 헌법재판소의 탄핵 재판 기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박 대통령 측은 “직접적 근거 없는 추정” “언론 플레이”라고 하는 등 사실관계를 다투지만 특검 측 주장은 아주 구체적이다.

박영수 특검팀은 15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청와대 압수수색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두 사람이 지난해 4월 18일부터 10월 26일까지 570여 차례 차명폰으로 통화했다고 밝혔다. 국정농단 의혹이 커지면서 최 씨가 독일로 출국한 9월 3일부터 귀국 사흘 전인 10월 26일까지도 127차례, 하루 2번 꼴이었다고 했다. 공직자용 ‘보안폰’을 마다하고 차명폰을 썼다는 것은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한 때문으로 볼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과 국무위원들의 대면보고도 거의 받지 않았다. 국회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뒤에는 측근들에게 “최 씨는 시녀 같았던 사람”이라고 했다. 그런데 하루 3차례나 통화했다는 것은 정말 이례적이다. 모든 일을 일상적으로 상의하고, 농단 혐의에 대한 말 맞추기나 증거 인멸을 논의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합리적 추정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10월 25일 처음으로 대국민 사과를 했는데, 24일과 25일 사이에 10여 차례 통화했다고 특검은 밝혔다. 일부 연설문 홍보물 표현 등의 도움을 받았고, 그것도 임기 초 청와대 보좌체제 완비 때까지였다는 ‘1차 담화’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오히려 문건 유출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던 청와대 행정관 박관천 경정이 2014년 12월 “권력 서열 1위는 최순실, 2위는 정윤회, 박 대통령은 3위”라고 했던 말을 되새기게 할 정도다. 청와대 경내 압수수색과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리 문제와 별개로 대통령의 차명폰 사용 의혹은 국기(國 紀) 차원에서 전모(全貌)가 규명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