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살… 나이 듦을 순순히 받아들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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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오십,마지막 수업 준비 / 문예춘추 엮음, 한혜정 옮김 / 북스코프
어쩌다 보니 50살이네요 / 히로세 유코 지음, 박점임 옮김 / 인디고

공자는 ‘논어’에서 50세를 지천명(知天命)이라고 했다. 하늘의 뜻을 안다는 뜻이다. 40세의 불혹(不惑·미혹되지 않음)에 이어 하늘의 이치까지 깨닫게 되는 나이이니 50세는 아마도 ‘삶의 달인’ 경지에 오른 수준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그때는 지금으로부터 약 2500년 전인 기원전 6세기였다. 평균 수명이 30∼40세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은 50세 생일을 맞이하기도 어려웠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은 100세 시대다. 공자의 지천명은커녕 당장 1년 후를 내다보기도 힘들고 버겁다. 은퇴를 앞두고 있지만 ‘제2의 인생’도 준비해야 한다. 불안과 희망, 끝과 시작이 교차한다. 이번 두 권의 책도 크게는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50세를 키워드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관한 진지한 고민이다

‘어쩌다 보니 50살이네요’는 일본의 수필가인 저자가 50세를 맞이하는 마음가짐과 삶의 태도를 고백한 에세이다. 저자는 50세를 부정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일 것을 조언한다. 어쩌다가 50세가 됐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 주저하지 말라는 것이다.

저자의 경우엔 피아노 연주에 새로 도전했다. 다만 어렸을 때처럼 ‘바이엘’부터 전부 다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피아노곡 몇 곡을 칠 수 있는 수준이다.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가볍게’ 하는 게 실패를 줄이는 요령이다.

변화하는 몸에 적응하고 이를 다스릴 줄도 알아야 한다. 저자는 50세에 백내장 초기 진단을 받고 충격받았지만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이라는 걸 안 뒤 선글라스를 구입하는 것으로 극복의 길을 찾았다.

이 모든 건 인생에도 끝이 있다는 것을 자각할 때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마지막을 알면 평범해 보이는 하루하루의 삶이 더없이 소중해진다.

‘벌써 오십, 마지막 수업 준비’는 우리보다 고령사회가 20년 이상 빨랐던 일본의 이야기다. 보다 현실적인 조언이 들어 있다. 18명의 전문가가 50세 이후 노년의 삶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을 콕 짚어준다.

첫 번째는 역시 긍정적인 ‘생각’이다. 50세가 되면 우울해지는 것은 체력과 정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이를 먹더라도 발달하는 게 있다. 판단력 같은 직감력이다. 직감은 오랜 시간 경험으로 축적된다. 뇌과학자인 이케가야 유지(池谷裕二)는 “나이가 들어서도 호기심을 가지고 즐기는 자세야말로 기억력 감퇴를 막는 비결”이라고 말한다. 몸이 너무 편해도 빨리 늙는다. 거동에 불편하다고 해서 집 안의 모든 장애물을 치우는 ‘배리어 프리’는 오히려 다리의 노화를 촉진한다. 일본 의사회 총합정책 연구기구는 요양시설의 노인들을 2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앉았다 일어서기’ ‘한쪽 발로 선 자세 유지하기’ 등의 기능부터 저하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욕실 문에 일부러 15㎝ 정도의 턱을 만들어 움직이는 기회를 늘리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그 밖에 몇 가지는 기존의 상식을 뒤엎는다. 대사증후군을 조심해야 했던 중년기의 건강 상식을 노년기에 똑같이 적용하면 위험하다. 뱃살이 무조건 ‘중년의 적’이 아니다. 노년에는 뱃살보다는 영양결핍이 더 문제다. 구즈야 마사후미(葛谷雅文) 나고야(名古屋) 의대 상담센터장은 “극단적인 경우가 아닌 이상 노년은 비만보다는 오히려 마르는 것에 더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암에 대해 잘못 알려진 것도 많다. 그동안 암은 ‘유전자 질병’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오해다. 유전되는 암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암은 체질이 유전된다기보다 생활습관이 이어져 온 결과라 보는 편이 맞다. 쓰보노 요시타카(坪野吉孝) 와세다(早稻田) 의대 교수는 “고가의 건강식품이나 특별한 습관은 필요하지 않다. 술과 염분을 줄이는 등 기본적인 식습관을 꾸준히 실행하는 게 가장 과학적인 암 예방책”이라고 설명한다.

결론적으로 50세 이후 노년의 삶에 대한 불안은 다소 과장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사람의 능력은 비교적 죽기 직전까지 유지된다. 지혜를 동반한 동작성 능력은 평생 발달한다. 올바르게 알고 있으면 불안은 사라진다. 시바타 히로시(柴田博) 일본응용노년학회 이사장은 “보부아르가 말한 것처럼 어떻게 늙느냐는 그 시대 구성원들이 가진 선입관에 따라 결정된다. 나이 듦에 대해 순순히 받아들일 때가 드디어 찾아온 것 아닐까”라고 반문한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