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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17년 02월 17일(金)
“교회가 진보·보수로 성향 나누는 건 우스운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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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회장을 맡고 있는 암브로시오스 대주교는 “한국의 교회가 여러 단체로 나뉘어 있지만 이는 교회의 역사에서 없었다. 사도들이 보수다, 진보다 라고 자기 성향을 나타낸 적이 있느냐?”라고 되물었다. 한국정교회 대교구 성니콜라스 성당으로 들어서고 있는 대주교. 김호웅 기자 diverkim@

- 한국정교회 대교구장조성암 암브로시오스

교회는 정치적·세속적 아닌
사람을 구원하기 위한 모임
계속 갈라지는 모습 보이고
외형적 대형화만 추구한다면
신자 없는 텅 빈 교회 될 수도

올해는 종교개혁 500주년 해
타인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보다
자신이 먼저 회개하고 반성해야
그리스도교 위기 벗을 수 있어


인터뷰 = 엄주엽 선임기자(문화부)

1970∼1980년대 초만 해도 서울 마포에서 서대문 쪽으로 향하다 아현 고개에 못미처 오른편 구릉에 이국적인 둥근 돔(dome)의 성당이 우뚝 솟아 눈길을 끌었다. 지금은 빌딩과 아파트 숲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이곳이 1968년에 지어진 비잔틴 양식의 한국정교회 대교구 성니콜라스 성당이다. 당시에 ‘웅장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는데, 워낙 커진 한국의 교회와 성당 건물에 익숙해져 이제 이곳은 ‘아담한 예배당’이란 표현이 어울린다. 세계적으로 정교회(正敎會·Orthodoxy Churches)는 가톨릭, 프로테스탄트(개신교)와 함께 3대 그리스도교로 어깨를 나란히 한다. 20세기 시작과 함께 한반도에 들어왔지만 역사적 굴곡 속에서 교세를 키우진 못했다. 한국정교회 대교구장 암브로시오스 아리스토텔리스 조그라포스(한국명 조성암·趙聖巖) 대주교는 정교회의 중심 뿌리인 그리스 출신으로, 한국에 온 지는 햇수로 19년째다. 지난해 11월 개신교 중심의 국내 진보적 단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회장을 맡았다. 정교회 대주교가 세계교회협의회(WCC) 산하 NCC(나라별 단위협의회) 수장을 맡기는 세계적으로도 처음이라 화제가 됐다.

지난 2일 찾은 암브로시오스 대주교의 집무실은 응접 소파도 놓지 못할 정도로 작았다. 낡은 책상에는 컴퓨터가 놓여있고, 벽에 걸린 정교회의 성화(聖畵)인 이콘(icon)이 없다면 대주교의 방이라고 느끼지 못할 만큼 검박했다. 탁자도 없이 의자에 마주 앉아 인터뷰를 했다. 깊고 맑은 눈, 긴 회색 수염 사이의 부드러운 목소리, 진지하며 따뜻한 분위기의 인물이었다. NCCK 회장이라는 선입견 탓에, 다소 파격적일 것이란 기대는 맞지 않았다. 역시 ‘오소독스’ 교회의 대주교였다. 가벼운 질문부터 했다.

―대주교께서 수염을 기른 것은 정교회의 전통입니까?

“정교회 성직자들이 대개 수염을 기르니 그렇게 생각할 만합니다. 고대부터 그리스 등의 지중해 연안 남자들은 수염을 기르지 않으면 이상했습니다. 예수님과 사도들도 수염을 다 길렀습니다. 수염은 정교회의 교리나 전통이 아니고, 기르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그저 그 지역의 외형적인 전통일 뿐입니다.”

하긴, 성화 속의 예수도 항상 수염을 기른 모습이다. 초대 교회 전통을 잇는 정교회 성격과 무관하진 않을 듯하다.

―성 니콜라스 성당의 이콘이 아름답습니다. 가톨릭 성당과도 다른 분위기입니다. 정교회에서 이콘이 종교적 의미가 있겠지요?

“이콘은 로마 박해시대의 카타콤바(catacomb·초대 교회 때 그리스도인들이 박해를 피해 피난처로 사용된 지하묘지)에도 그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예술적으로 높은 경지지만, 장식을 위한 것이 아니고 그 주된 목적은 가르침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성서는 글로써 가르침을 전하지만, 성화는 그 구성과 회화로써 가르침을 전합니다. 성화를 숭배하진 않습니다. 우리가 부모나 선조의 기일이나 장례식 예배에서 사진을 보고 절을 하거나 입을 맞추듯, 성화를 보면서 존경을 표하는 것, 공경하는 것입니다. 4세기 신학자이자 성인인 성 대 바실리오스는 ‘공경은 화폭이 아니라 그 실체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지요.”

그리스도교는 7∼8세기 성화에 대한 ‘우상’ 논쟁이 치열했다. 787년 제7차 세계공의회(公議會·그리스도교 지도자와 신학자들이 모여 교회의 신조와 원칙에 관한 문제를 결정하는 회의)가 삼위일체의 하나님만이 ‘예배’의 대상이고, 성인들을 ‘공경’하기 위해 성화를 사용할 수 있다고 정리를 했다. 대주교는 대학원에서 예술사를 전공했을 만큼 성화에 대한 조예가 깊다. ‘성화와 불화의 유사성’이란 논문을 내기도 했다.

“이집트 시나이에 있는 성카테리나 수도원에서 2년간 도서관장을 지냈습니다. 그곳은 바티칸 다음으로 성서 필사본이 많고, 세계에서 가장 큰 성화갤러리가 있습니다. 연구를 위해 전 세계에서 온 저명한 학자들을 만나면서 예술사를 공부하게 됐습니다. 이후 한국에 와서 성화와 불교의 탱화와 닮은 점을 보게 됐지요. 비잔틴(동로마제국) 예술이 문화적 차이가 큰 불교 예술과 닮은 점에 항상 의문이 있었어요. 알렉산더 대왕 때 인도까지 진출하며 비잔틴 예술이 불상 등에 영향을 미쳤고, 나중에 실크로드를 통해 불교문화와 교류했습니다. 글이나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것도 예술과 그림으로는 느낌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성화와 불화의 유사성은 그렇게 생겨났습니다.”

―정교회가 한국에서 널리 알려져 있진 않습니다. ‘오소독스’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원형’ ‘정통’의 의미가 종교적으로 짙은 것 같습니다.

“정교회, 곧 ‘오소독스’라는 용어는 초대 교회의 1000년 동안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1000년 동안 ‘하나의 교회’였으나 1054년 커다란 분열을 맞게 됩니다. 초대 5대 관구에서 나중에 가톨릭으로 지칭되는 로마 교회와 예루살렘·안티오키아·알렉산드리아·콘스탄티노플의 4개 교회가 분리되는데, 이 4개 교회에 ‘오소독스’를 붙입니다. 올바른 교회, 교리를 지켜 내려온 교회라는 의미입니다. 동북아시아에서는 ‘오소독스’를 ‘바를 정자(正)’로 번역해서 ‘정교회(正敎會)’로 했습니다. 역사나 학문적으로 보더라도 정교회는 분열 이전 7차례 세계공의회를 통한 가르침을 그대로 지켜오고 있습니다. 로마 가톨릭은 홀로 있게 되면서 여러 변화를 겪습니다. 사례 하나만 들면, 정교회에는 미혼과 기혼 성직자가 있는데, 이것이 원래 초대교회 때 모습입니다. 사도들 중 결혼 한 분도, 안 한 분도 있었지요. 분열된 후에 가톨릭은 미혼 사제만을 가지게 됩니다. 로마 교회는 홀로 남다 보니 실수와 잘못을 하면서 16세기에 다시 한 번 커다란 분열을 맞습니다. 이른바 ‘종교개혁’으로 프로테스탄트가 다시 분열돼 나온 거지요. 가톨릭은 가장 최근에만 봐도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 새로운 교리를 만드는 등 많은 변화를 하며 현재의 모습이 됐습니다.”

―가톨릭이 변화를 겪기도 했지만,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 구원의 보편성을 이르는 ‘익명의 그리스도인’을 인정하는 등 현대에 맞게 변화해온 건 긍정적으로 봅니다만.

“예수그리스도는 변하지 않는 분입니다. 예전이나 오늘이나, 성서의 말씀이나 교리는 변하지 않습니다. 가르치는 방법은 변할 수 있습니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교리적인 가르침이 변질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  19년째 한국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암브로시오스 대주교는 “한국 젊은이들이 내면과 외면이 모두 아름다운데, 성형이나 머리 염색으로 고유한 아름다움을 해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가톨릭은 교황부터 하이어라키, 곧 위계(位階)가 분명한데, 정교회는 다른 것 같습니다.

“가톨릭과 정교회의 가장 큰 차이입니다. 사도 시대 때는 공의회(公議會)라는 민주적인 시스템을 가졌습니다. 성서 등에 어떤 문제가 있을 때 사도 혼자 결정하는 게 아니라 같이 모여 논의했고 모든 교회에 알렸습니다. 하지만 서방 교회 가톨릭은 교황 중심으로 바뀌었습니다. 여기서 바로 교황의 ‘무오류설’이라든지 다른 교리를 만들어 내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누구라도 실수할 수 있고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동방의 정교회는 나만이 그리스도의 대리자이며, 나만이 결정하고 승인하는 존재(교황)가 없었습니다. 이것이 하나였던 초대교회가 나뉘게 되는 중요한 요인이 됩니다. 사도들은 모두 평등한, 수평적 관계였습니다. 초대 교회의 중심이 된 다섯 교회는 ‘동등한 가운데’ 로마 교회의 주교가 의장 역할을 했을 뿐입니다. 지금도 정교회는 가톨릭과 일치한다면 동등한 가운데 첫째 자리로 로마 교회를 인정할 것입니다.”

―가톨릭과 개신교에 비해 정교회는 ‘예수의 부활’을 중시합니다. 그 의미는 무엇입니까.

“정교회를 사람들이 ‘부활의 교회’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부활절을 가장 큰 축일(祝日)로 중요시합니다. 초대교회는 부활을 가장 중시해, 부활절 전에 사순절(四旬節)을 어떻게 지내고, 어떤 예배를 지냈는지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사도 바울도 언급했다시피, 그리스도가 부활하지 않았다면 그리스도교와 신앙도 없었습니다. 주님의 탄생은 큰 축일이지만 구원의 시작, 곧 그가 부활하지 않았다면 인류 역사에서 여러 현자와 다를 게 없었을 것입니다. 그리스도는 죽었다 부활한 유일한 분으로서 부활이 우리에게 구원을 가져다준 것입니다. 우리는 육체적으로 한번은 죽지만 영적·육적으로 부활함으로써 영원한 삶을 살게 됩니다. 한국은 그리스도인이 많지만, 성탄절은 누구나 기리면서도 부활절은 조용하게 지내는 것을 봅니다. 한국의 자살률이 다른 나라보다 높습니다. 영원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가르침을 전달하고 인식할 수 있다면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흔히 한국정교회에 대해 ‘그리스정교회냐, 러시아정교회냐’는 질문을 한다. 세계적으로 3억 명 정도의 정교회 신도가 있는데, 그리스와 러시아정교회가 양대산맥이라고 할 수 있다. 정교회는 대관구나 대교구가 없어도 그 지역의 명칭을 붙여 한국정교회, 미국정교회 등으로 불러 자치적 성격을 강조한다.

―한국정교회는 역사적으로 한반도의 정치적 격동과 함께했습니다. 한국정교회의 역사를 한번 짚어주십시오.

“1900년 2월 17일 러시아 모스크바 대주교청에서 파견한 선교사들에 의해 처음 성찬예배가 이뤄지며 한국에서 정교회의 역사가 시작되지만 1904년 러일전쟁에서 러시아가 패하면서 일본이 러시아인과 선교사들을 추방합니다. 1917년 볼셰비키 혁명으로 러시아 자체에서 정교회가 박해를 받아 한국정교회에 대한 지원이 완전히 끊겼고, 서울 정동의 성당과 토지 등 정교회 재산도 일본정교회 소유가 돼 교회 유지 자체가 힘들었습니다. 해방 직후에는 한국이 일본과 러시아를 모두 적대시하면서 한국정교회는 ‘고아’가 돼버립니다. 한국전쟁으로 단 한 분의 한국인 김의한(알렉세이) 신부가 납북됐죠. 유엔군으로 참전한 그리스군 종군신부들의 노력으로 회생의 기회를 맞았고, 1955년부터 지금까지 세계총대교구청에 속하며 2004년 대교구가 됩니다. 현재는 한국에 2개의 수도원과 7개의 성당 그리고 소성당 몇 개가 더 있습니다.”

원래 정동에 있던 성당과 토지 등 정교회 재산은 한국전쟁 이후 미국정교회의 도움을 받아 일부 되찾게 된다. 이런 역사적 질곡에서 자유로웠다면, 한국정교회는 지금 훨씬 큰 모습이었을 것이다.

―사도 바울이 처음 전도한 그리스의 유서 깊은 에기나섬이 고향으로 알고 있습니다.

“에기나섬은 그리스의 부산항이라고 할 수 있는 아테네 남쪽의 지중해 항구 피레오스에서 가까운, 아름다운 섬입니다. 그리스 사람들은 에기나섬에서 바울로부터 그리스도교가 전파됐고 신약성서도 그리스어로 처음 쓰였으며 신앙적으로도 깊게 전해진 데 대해 자부심이 큽니다. 고등학교시절까지 에기나섬에서 보냈고, 신학은 아테네대학에서 공부했습니다. 미국으로 가서 더 공부한 뒤 박사학위를 끝내고 한국에 오게 됐습니다.”

―아테네 신학대를 우등으로 졸업했고, 미국 유학 후 교회의 주요 보직을 맡기도 했는데, 본격적인 목회지로 한국을 선택한 건 좀 의외로 보입니다.

“혼자 결정한 것이 아니고, 교회로부터 부름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프린스턴대에서 공부할 때 당시 한국의 소티리오스 대주교가 전화를 하셨습니다. 아무 인연도 없던 한국 정교회에 도움이 돼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한국은 물론 아시아에도 가본 적이 없어 당황스러웠지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교수제안이 있었고, 그리스와 미국, 캐나다에서도 목회 요청이 있었지만 1998년 한국을 선택했습니다. 몇 차례 한국을 다녀가면서, 여러 여건이 부족한 여기에서 더 할 일이 많다고 생각했던 거지요.”

‘출세가도’와 명예, 안락을 버리고 한국정교회의 반석이 되고자 한 것이다. 그의 ‘조성암’이란 한국명에서도 그런 의지가 읽힌다.

“한국인으로 살려면 한국 이름이 필요하겠더군요. 조그라포스의 ‘조(趙)’, 암브로시오스의 ‘암(巖)’에서 따왔고, 가운데 ‘성(聖)’자를 넣었지요. 사도 베드로처럼 ‘거룩한 반석(聖巖)’이 되고자 하는 바람입니다.”

▲  성니콜라스 성당의 예배 모습.

―그리스는 정교회가 국교지만, 한국은 ‘종교 백화점’이라고 할 만큼 다양한 종교가 있습니다. 처음에 낯설지 않았습니까.

“한국으로 오기 전에 그리스에서만 있다 온 게 아니고, 미국과 시나이 등에서 머문 경험이 있어서 크게 이상하진 않았어요. 미국도 한국처럼 다양한 종교가 있고, 시나이도 이슬람권이어서 이웃종교에 대한 경험을 했던 거지요.”

그는 한국외국어대에서 오랫동안 그리스어를 가르치는 등 젊은이들과 교유를 했다.

―한국에 온 지 19년이 되셨습니다. 한국인, 특히 한국의 젊은이는 어떻습니까.

“한국 사람들의 마음과 외모 모두를 사랑합니다. 한국인들은 내면에 느낌과 감각이 풍부하고 예의 바르고 경건합니다. 외모도 곧고 검은 머리카락, 쌍꺼풀이 없어 더 매력적인 눈 등이 아름답습니다. 한국의 전통문화와 노래는 수준이 높을 뿐 아니라 제가 아주 좋아합니다. 다만 요즘 젊은이들에 대해 우려하는 게 있습니다. 한국사람이 가진 고유의 모습, 문화에서 많이 벗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대학에서 학기가 바뀔 때마다, 남학생이고 여학생이고 얼굴과 머리색이 바뀌어 못 알아 봅니다. 다시 인사를 해야 합니다. 미국에서 온 게 다 좋은 게 아닌 건 이미 누구나 알지 않나요? 하나님이 여러분에게 준 아름다운 문화와 마음, 외모에 대해 감사하면서 사는 게 더 중요합니다. 만일 그렇지 않으면 지속해서 스트레스를 받고, 해결이 안 되면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하는데, 안타깝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감사하면서 살아야지요.”

최근 여러 관점에서 관심과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국내외 종교 상황으로 대화를 옮겼다. 암브로시오스 대주교는 정교회가 역사적으로 관심을 가져온 에큐메니컬(교회 일치) 운동을 길게 강조했고, 한국교회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성소수자 논란에 대해선 보수적인 느낌을 받았다.

―올해 종교개혁 500주년이 NCCK의 가장 큰 행사가 될 것입니다. NCCK 회장을 맡고 계시지만, 정교회의 역사에서 종교개혁은 좀 비켜있습니다. 정교회에서 보는 종교개혁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종교개혁 500년에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이 분열이 얼마나 더 지속될 것이냐는 문제의식입니다. 500주년을 행사로서만 보내면 안 되고, 자기반성을 하고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 교회는 신자도 많고 재정도 탄탄하니 교회의 일치 문제를 생각할 게 없다’는 교회가 많습니다. 상처를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분열된 교회의 모습이 일반 사람들이 교회를 부정적으로 보는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2030∼2040년이 되면 한국 그리스도교 교인 수가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습니다. 그 이유 중에는 교회의 세속화와 목회자들의 문제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교회의 갈라진 모습이 주요한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연말 통계청이 조사한 바로는 한국에서 개신교인 수가 가장 많았습니다. 하지만 한국 개신교는 교회의 대형화만 추구하고 목회자의 세습, 각종 비윤리적 행태들로 비판받고 있기도 합니다만.

“이런 상황을 어느 누구도 자의적으로 판단하거나 비판할 수 없습니다. 다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크게만 짓다 보면 대형교회는 나중에 신자가 없는 텅 빈 교회로 남을 수 있습니다. 성직자부터 신자들 모두 깨달아야 할 것이 교회가 정치적인, 세속적인, 세상의 집합체가 아니고 사람의 구원을 위한 모임이라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영성적으로, 신앙적으로 구원을 위한 삶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NCCK의 신년메시지에서 언급했지만, 다른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고 하기보다 자신이 먼저 반성하고 회개해야 그리스도교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가 지상에서 처음 그리고 마지막 하신 말씀이 ‘회개하여라’였습니다.”

―한국 교회는 식민지 - 전쟁 - 분단 등을 겪으면서 진보 - 보수로 나뉘어 여전히 갈등하고 있습니다.

“교회가 진보다, 보수다 하는 건 우스운 얘기입니다. 교회는 성서의 말씀이어야 합니다. 한국의 교회 단체들이 NCCK, 한기총, 한교총 등으로 많이 나뉘었는데, 교회의 역사에서 보면 교회가 진보다, 보수다, 뭐다, 뭐다 한 적이 없습니다. 사도들이 보수다, 진보다 자기 성향을 나타낸 적이 있습니까?”

―보수 개신교 쪽에서 대선주자들에 대해 성적 소수자 문제에 대한 입장을 묻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과 성소수자에 대한 주교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개인 의견은 될 수 없고, 교회의 가르침으로 얘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성서적으로 초대교회부터 개개인은 자신의 욕구와 욕망을 끊을 수 있어야 하나님의 뜻에 따라 살 수 있다고 했습니다. 내가 성소수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먼저 말초적인 것만 생각하는 것을 중단하라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하나님은 여러분에게 그것 이외에도 많은 것을 주셨다는 것을 이해하라고 할 것입니다. 세 번째로는 자신들만의 ‘게토’를 만들지 말라, 사회가 우리를 받아주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 반대라고 말할 겁니다. 네 번째로 하나님은 여러분을 사랑하고 있다는 겁니다. 회개하고 다시 돌아온다면 하나님께서 그들을 받아들일 것입니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이슬람 국적자의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으로 시끄럽습니다. 한국에서도 일부 개신교회의 이슬람 포비아가 적지 않습니다.

“이슬람을 적대시하는 모습은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평화를 찾는 게 아니라 적대감만 표출돼 다툼이 커질 뿐입니다. 나라마다 입국하는 사람에 대해 엄격하게 절차를 거치는 건 그 나라의 사정이지만, 다만 주의해야 할 것은 명찰을 붙여 무조건 되고, 안 되고는 문제가 있습니다. 유대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람들을 박해했던 과거의 경험을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스의 경우 1453년에 오스만 투르크 제국에 의해 비잔틴이 함락되면서 터키 즉 이슬람 지배하에 역사적으로 큰 박해와 순교자가 생겼습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정교회는 한 번도 이슬람을 나쁜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인공지능(AI) 등 과학의 발전도 종교에 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사람은 처음부터 하나님 형상을 닮은 존재로서, 그 존재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것에 주의해야 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나와도 사람을 대신할 순 없습니다. 사람은 몸과 뇌만 가진 게 아니라 정신과 마음이 있습니다. 로봇이 대신할 수 없습니다. 대학에서 학생들한테 얘기하는 게, 기계와 과학문명을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하라는 것입니다.” (통역 도움:박인곤 요한 보제)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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